97년 '파아란테크'라는 이름으로 시작할 당시 이 회사의 둥지는 경기도 안양시 관양동의 옥탑방이었다. 하재홍(42.사진) 사장과 경리직원 1명, 영업사원 1명이 전부였다. 하 사장은 "화장실 문고리가 떨어져 끈을 붙잡고 볼일을 봐야 했다"고 그 시절을 기억했다. 100만 대 이상 팔려 아파트 현관문 3~4개에 하나꼴로 달려 있는 '게이트맨'의 탄생은 우연에 가까웠다. 대우전자에서 전자제품 구동 소프트웨어 개발을 담당하던 하 사장은 94년 9월 중앙일보에 실린 기사를 보고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복제한 열쇠로 서울 강남지역 목욕탕을 돌며 훔친 5억여원으로 세 자녀를 유학까지 보낸 50대 여성이 잡혔다'는 내용이었다. "열 때마다 암호가 바뀌는 자물통을 만들면 열쇠를 복제해도 문제될 게 없을 것"이라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이를 구체화해 '플로팅 ID'라는 특허를 국내외에 출원했다. 하지만 97년 창업할 때 하 사장이 처음 시작한 사업은 MP3 라디오와 '플로팅 ID'를 응용한 '온라인 인감 도장'이었다. 결과는 참담했다. 5000개를 생산했던 MP3 라디오는 딱 7개 팔렸고, 온라인 인감 도장은 시대를 너무 앞선 개념이어서 실패했다. 그러던 중 외환위기가 닥쳤다. 특허 아이디어는 싹을 틔우기도 전에 사라질 위기였다. 결국 하 사장은 아내에게 "사업을 해도 집에는 절대 손을 안 대겠다"고 한 약속을 깰 수밖에 없었다. 집을 담보로 빌린 돈으로 위기를 넘겼다. 투자자 설득을 위해 '플로팅 ID'를 눈에 보이는 제품으로 만든 게 디지털 도어록이었다.
디지털 도어록의 탄생 이후 성장가도를 달리던 아이레보는 2005년 말 강력한 복병을 만났다.
올해 이 회사의 목표는 두 가지다. 하나는 이제 움트기 시작한 중국과 미주의 디지털도어록 시장에 '아이레보' 깃발을 꽂는 것이다. 이미 5년 전 진출해 상하이 고급 아파트 단지 등에서 인지도를 얻고 있는 중국 시장은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전세계 판매망을 갖춘 아나로그 열쇠 메이커들이 '미주 시장에 동반 진출하자'며 보내고 있는 '전략적 제휴 러브콜'도 신중히 검토 중이다. 또 하나의 도전은 '웰빙 가전' 분야 진출이다. 이미 방문 관리가 필요없는 디지털 연수기 개발을 끝마치고 3월 출시를 준비 중이다.
글=임장혁 기자, 사진=변선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