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민물고기의 모든 것 알려준다|서울대 명예교수 최기철 박사 어린이 「탐구교실」 개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물고기가 살 수 있으면 우리도 살수 있고, 물고기가 죽으면 우리도 살수 없습니다.」
「민물고기의 친구가 될 수 있는 사람이 나라와 민족을 사랑하는 큰 인물이 될 수 있다.」
이런 구호를 내걸고 지나온 80여생을 민물고기 사랑에 바쳐온 백발이 성성한 노학자가 어린이를 위한 「민물고기 탐구교실」(무료)을 열고 있어 눈길을 모은다.
화제의 주인공은 한국 어류학계의 원로로 한국 담수생물학연구소를 이끌고 있는 서울대 명예교수 최기철 박사(81).
그가 16일부터 22일까지 서울 그랜드백화점 문화홀(7층)에서 민물고기 전시회 및 탐구교실을 열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강·하천의 수질오염이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어요. 오염된 물 속에서는 물고기들이 살수 없지요. 어린이들에게 우리나라 물고기 탐구방법을 가르쳐 주고 그를 통해 물고기가 살수 있는 맑은 물의 보존 필요성을 스스로 깨닫게 할 생각입니다』고 최 박사는 얘기한다.
최 박사에 따르면 오염도에 따라 민물은 1∼4등급으로 나누어지는데 수정같이 맑은 물인 이른바 1등급 수에서는 버들치·열목어 같은 민물고기가 산다. 어린이들이 미역을 감을 수 있는 2등급 수에서는 쉬리·등가리 등이 서식한다. 흐리고 탁한 물인 3등급 수에서는 잉어·붕어·미꾸라지 등이 산다. 썩고 고약한 냄새가 나는 4등급 수에서는어떤 물고기도 살지 못한다.
최 박사는 어린이들에게 물의 등급과 물고기의 관계 등이 들 민물고기 특징들을 사진·슬라이드 등을 통해 비교해 가며 자세하고 친절히 소개해준다.
또한 종어·낙줄갱이 등 우리나라의 멸종어 10종과 어름치·무태장어·열목어·황쏘가리 등 멸종 위기에 있는 천연기념물 12종도 함께 소개해 자연파괴의 심각성과 보존의 필요성을 실감나게 설명해준다.
강원도 인제의 농민들은 매년 천연기념물인 어름치가 강바닥에 알을 낳는 위치에 따라 강우량을 예측하여 농사를 짓는 지혜를 터득하고 있다든가, 두강이는 곡우 때면 알을 낳기 위해 강 상류로 올라간다는 등 민물고기의 신기한 생태에 관한 최 박사의 구수한 설명에 어린이들은 신기한 듯 눈을 반짝인다.
최 박사는 또 일반인들이 「관상어라면 열대어」라고 생각하지만 한국의 흰줄납쭐개·쉬리·주꾸리·강주걱 등은 형태와 빛깔이 아름다워 훌륭한 관상어가 될 수 있다며 『우리 것을 바로 알아 아끼고 보존하는 지혜가 아쉽다』고 안타까워한다. 실제로 연구소측은 전시회장 한쪽에 이러한 물고기를 넣은 어항을 꾸며 전시하고 있다.
이번에 전시되는 민물고기는 총55종. 한국의 천연기념물인 무태장어·어름치·열목어·황쏘가리와 한국 학자들이 처음 발견한 신종인 칼납자루·임실납자루·가는 돌고기·참종개·부인 종개·왕조개·등사리 등. 세계 최고수준의 탐구학습을 할 수 있는 민물고기 각시붕어·미꾸리·참붕어·버들붕어·송사리 등도 전시된다.
주최측인 한극 담수생물학연구소는 민물고기 탐구교실이 열리는 16∼22일 중 오전11시에는 초·중·고생, 오후3시에는 교사 및 학부모를 대상으로 매일 2회의 강연을 연다. 민물고기 생태를 실감나게 살필 수 있도록 비디오도 상영한다. 학생에겐 강의가 끝난 후 배운 점과 느낀 점을 글로 쓰게 하여 마지막날 우수작을 뽐아 상을 준다. <고창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