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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출연연 "기초·응용기술에 주력을"-과기분야 22곳에 대한 운영 개선방안 공청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정부출연연구기관 합동 평가단(단장 서정욱 과기처차관)은 지난 4월부터 해온 22개 과학기술분야 출연연구기관에 대한 평가작업을 마무리, 12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정부출연 연구기관 운영개선방안을 주제로 공청회를 가졌다.
이번 평가가 대통령의 지시에 의한 최초의 민관 합동평가라는 점에서 그 결과가 연구소의 향방과 관련될 것으로 보여 귀추가 주목됐다.
공청회에는 연구기관의 임직원과 노조측이 대거 참석, 열띤 토론을 벌였다.
관심의 대상이었던 연구소의 소관문제에 대해서는 각 부처가 공동 활용키로 함으로써 이 문제는 일단락 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범부처적 성격의 공청회가 여느 때처럼 과기처 집안행사의 성격을 벗어나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첫 주제발표를 한 맹일영 삼성그룹고문은 『과거의 과학기술 개발정책 운영은 각 부처의 폐쇄성과 불필요한 경쟁 속에서 각 부처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집단이기주의가 많았다』며 이제·대학과 산업계의 연구개발역량이 급신장하고 과학기술환경도 급변함에 따라 출연 연의 기능과 역할도 재정립돼야 한다고 말했다.
맹 박사는 출연 연은 기술부문만 담당하되 종전의 산업기술전반에 대한 나열식 기술개발에서 탈피, 공공기술과 산업화를 지향한 기초·응용기술부문에 주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종합과학기술 심의회 산하에 「출연연 연구기획·평가 분과위원회」를 설치, 연구비. 배분·관리·기술수요 평가·과제선정 등을 담당하게 하자고 제안했다.
토론에 나선 한국과학기술연구원 김은영 박사는 연구기관을 거대과학과 공공기술을 담당하는 목적기초·산업기술·기초과학분야로 위상을 정립해야 한다며 우리도 독일의 막스 프랑크 연구소나 일본의 이화학연과 같은 기초과학연구소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경희대의 진용옥 교수는 『국영기업체의 연구개발비가 매출액의 0·01%밖에 안 되는 처지에 출연 연이 연구개발을 주도해야지 민간이 할 수 있다는 것은 환상』이라고 말하고 연구보다는 개발 우선의 개발독재주의는 타파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자 연의 오정무 소장은 연구개발 기획. 관리 등은 전문가가 있는 곳에서 해야지 별도의 평가전담기구를 두는 것은 반대한다고 말했다.
또 전자통신 연·한국통신관계자들은 자금·인력·조직이 완비된 연구소는 해당부처에 책임과 권한을 넘겨줘야 한다며 체신부로의 이관을 강력히 주장하기도 했다.
두번째 주제발표를 한 한국통신의 강민호 박사는 그간의 연구사업 선정단계에서 사전연구조사 및 전주기에 걸쳐 연구기획이 미흡했고 연구성과의 활용·보급, 평가결과와 인센티브 연계성 등이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또 연구착수전의 연구기획이 강화돼야 하며 이런 의미에서 전담기구의 설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번째 주제발표를 한 한국개발연구원 여운방 박사는 출연 연 운영과 관련해 ▲출연 연에 대한 정부의 경직된 직접통제 ▲부적정한 예산지원제도 ▲정원 외 인력관리 ▲불충분한 연구환경 ▲각 연구기관의 자발적 운영개선노력부족 ▲연구기관 운영평가제도 등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정기평가·상근이사제 도입, 각종 규정·준칙·지침의 정비, 명예퇴직제, 다년도 예산편성제도 등을 도입할 것을 제안했다.
이에 대해 해양 연 허형택 박사는 전 연구기관이 참여하는 연구소 협의체 구성을 제의했다. 기계연 서상기 박사는 연구원의 사기진작이 되지 않고는 연구소발전은 있을 수 없다고 말했고 화학연 김완주 박사는 연구소는 불필요한 소모전을 벌이고 있다며 정부는 정원 외 인원에 대해 간섭하지 말 것을 촉구했다. <신종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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