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서 크레송 불 총리 처형식/대일 강경발언에 극우단체서 발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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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취임 2개월을 맞는 불 크레송 여총리가 동경 한 공원에서 단두대에 올랐다.
14일 오후 시부야(삽곡) 미야시타(궁하)공원에서는 『서구 우위의 제국주의적 발언을 그만둬라』『일본을 모욕하지마라』는 구호를 외치는 신우익단체 20여명이 기세를 올렸다.
이날 데모 참가자들은 갈색원피스를 입힌 나무인형에 크레송 불 총리의 얼굴사진을 붙여 그의 처형식을 「거행」했는데 한 참가자가 목도를 휘두르자 토마토를 가득 채운 머리부분이 떨어지면서 주위를 붉게 물들이는 기요틴(불의 단두대 처형방식)을 그대로 재현.
이날 집회가 끝나자 데모대들은 크레송의 「머리」를 나무칼위에 꽂고는 프랑스대사관까지 도보행진을 했고 프랑스 르 몽드지·AFP통신 등의 동경특파원이 이들을 줄곧 뒤쫓았다.
요새 일본에서는 크레송 비판집회가 자주 열리고 있다. 크레송 총리는 지난 5월 취임직후 『일본은 미국에서 자동차산업을 전멸시킨 다음 유럽에서도 똑같은 일을 하려고 한다』고 경고했는가 하면 취임전에도 일본이 하이테크로 유럽을 침략하고 있다는등 대일 강경발언을 계속해왔다.
일본에서는 「크레송 쇼크」로 표현되는 크레송의 「반일발언」은 지난달 20일 중의원 일불우호의원연맹 방불단의 우호친선 제스처와 이에 대한 크레송의 해명 발언으로 잠잠해지는듯 했다.
최근 크레송 내각이 일 NEC사에 대해 대불자본투자를 허용하는 조치를 취하기는 했지만 주식보유율인하등 몇가지 조건을 붙임으로써 일본측은 『대 EC투자 의욕에 브레이크를 거는 처사』라고 비난,일불간 마찰이 EC로 확대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는 실정이다.
크레송의 「일 침략론」은 지난달 남프랑스에서 열린 국제세미나에 참가한 독 외무부 고관이 하이테크 분야에서 유럽공동전선을 펴자고 호응해와 EC­일본간의 마찰도 확대될 것은 확실하다는 관측자들의 얘기다.<동경=방인철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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