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선수-"몸이 재산" 연봉 20%는 보약 값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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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담장을 향해 치솟는 백구, 흙먼지를 일으키며 슬라이딩해 들어가는 프로야구선수의 모습과 열광하는 관중들의 환호는 단연 한국 최고인기스포츠의 현장이다.
흥분의 도가니 속에 우뚝 선 선수들의 화려함 뒤에는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기 위한 뼈를 깎는 절제와 피눈물로 얼룩진 땀방울이 있기에 이들이 더욱 클로스업 되고있다.
그러나 프로야구선수가 되기 위해선 수많은 경쟁자를 물리쳐야 하는데 통상 국내프로야구 지망생 중 10%만이 프로유니폼을 입고있다.
인기와 명예, 그리고 부의 상징이 돼버린 프로야구선수의 애환은 남다르다.
늘 부상과 탈락의 초조감속에 하루하루 초읽기에 익숙해져 있는 선수들은 올해부터 게임수가 팀 당 1백26게임으로 늘어나 쉴틈 없는 하루를 보내고 있다.
매주 6게임을 치러야하는 선수들은 피로가 채 가시기도 전에 지친 몸을 버스에 싣고 전국을 떠돌며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다.
「남의 불행은 자신의 행복」이라는 야구계의 속설처럼 자신의 위치를 호시탐탐 노리는 동료나 후배들의 눈초리가 날카롭기 때문에 웬만한 부상과 고통쯤은 남모르게 참아가며 냉가슴을 앓고 있다.
이에 따라 자주 약물을 복용하게돼 일부 선수들은 위장장애 등으로 고생하기도 한다.
그러나 치명적인 허리부상 및 무릎·아킬레스건 등을 다쳐 선수생명의 위기를 맞는 선수들의 몸부림은 처절하기까지 하다.
이러한 선수들은 대부분 강인한 정신력으로 투혼을 불사르고 있으나 냉정한 승부세계에선 재기가 그렇게 쉽지 않다.
그래도 지명도 있는 선수들은 구단 측의 배려로 해외에서 수술과 충분한 휴식기를 가질 수 있지만 나이든 선수나 별 볼일 없는(?) 신인급 선수들은 가차없이 탈락, 프로의 비정함을 뼈저리게 맛보게된다.
삼성의 간판인 김성래(31)의 경우 89년 무릎부상 속에 지난해 9월 LA에서 네번째 수술을 받고 현재 1군에 합류, 지난6월16일 재기홈런을 터뜨렸다.
또 OB의 원년 멤버인 박철순(35) 과 김경문(34)도 운동선수로서 사형선고나 다름없는 허리수술을 받았으나 구단 측 배려와 본인들의 투혼으로 눈물어린 재기에 성공, 화려한 스폿라이트를 받지만 대부분의 부상선수들은 재기 기회한번 갖지 못한채 사라지는 경우가 많다.
이들을 지켜보는 가족들은 선수 못지 않은 고통을 나누게된다.
집안의 가족들 중 기혼선수의 경우 부인이 호된 병 수발을 들게 되는데 김성래의 부인인· 김춘련(29)씨는 절망 속에 남편의 수술을 네 차례나 겪었으며 마지막 수술길인 미국행 때 따라나서지 못해 『제발 야구를 그만 두었으면 좋겠다』며 남몰래 수없이 울었다고 토로했다.
김경문의 아내 김원(26)씨는 김이 부상으로 출전하지 못해 전전긍긍하자 불면증에 걸리기도 했다.
윤학길(31·롯데)의 부인 김은주(27)씨는 지난해 결혼하자마자 윤이 부상과 함께 슬럼프에 빠지자 자신 때문이라는 심한 자괴감을 느끼기도 했으나 올들어 호조를 보이는 데다 지난4월 첫아들을 순산, 안정을 되찾았다고.
나이든 고참선수들은 체력의 한계와 자신의 진로문제로 경기외적인 갈등을 겪고있는데 체력보강의 일환인 보약 먹기에 누구보다 앞장서고있다.
LG의 이광은(35)은 생사탕·개소주 등을 거침없이 먹어대고 있으며 부인들 또한 맹렬(?)하게 온갖 희귀보약을 거둬 먹이는데 주저하지 않고 있다.
빙그레의 이강돈(31)은 부인 김미숙(29)씨가 한의원의 도움을 통해 특별히 제조된 한약을 구입, 상복하고 있는 등 대부분의 선수들이 보약을 먹고 있으며 연봉의 20%는 아예 보약 구입비로 따로 떼어놓고 있다.
해태 선동렬(30)은 겨울철만 되면 오소리 등 온갖 희귀 동식물을 섭취, 왕성한 스태미나를 자랑하고 있다.
이 같은 선수들의 치열한 보약복용은 올해 시도된 무리한 일정으로 더욱 가열되고있다.
프로선수들은 주위의 경·조사에 참가할 수 없을 정도로 꽉 짜여진 일정으로 인해 자신들의 사생활이 철저하게 통제되고 있으며 기혼선수들은 1년의 반 이상을 합숙훈련·경기로 집을 떠나있어 가장으로는 빵점이나 다름없다. <장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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