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동 뺨치는 김혜수 대사 "어디 한번 꺼내 볼래?"

중앙일보

입력

“연애 해봤어?” “아뇨.” “그럼 숫총각?”

“대신 제 물건 엄청 커요.”
“그래? 별로 안 커 보이는데.”

“진짜 크거든요.”
“그럼 어디 한번 꺼내 볼래.”

인터넷 야동 얘기가 아니다. 영화 <바람 피기 좋은 날>(아이필름. 장문일 감독·2월 8일 개봉)의 도입부에 나오는 한 장면이다.

인터넷 채팅으로 알게 된 두 남녀(김혜수·이민기)가 번섹(번개 섹스의 은어)을 위해 카페에서 만난 뒤 나누는 대화 내용 중 일부다. ‘대학생’(이민기)은 ‘이슬’이라는 아이디를 쓰는 유부녀(김혜수)의 계속된 구박에 “세우면 엄청 크다”고 강조하고. 여자는 “한번 세워 보라”며 자존심을 건드린다. 결국 둘은 그 길로 모텔로 직행해 질펀한 대낮 정사를 갖게 된다.

같은 시간 역시 채팅으로 만난 윤진서·이종혁 커플도 만나자마자 모텔에서 음란한 말장난을 즐긴다. 아이디가 ‘여우 두 마리’인 바람둥이 펀드매니저(이종혁)는 침대에서 여자의 옷을 벗기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작은새’(윤진서)는 “하고 싶을 때 하면 더 좋다”면서 결정적인 순간마다 “잠깐만요”를 외쳐 남자의 애간장을 태운다.

<바람 피기 좋은 날>이 음란한 직설화법 대사로 논란이 될 전망이다. 배우들의 노출 수위는 높지 않았지만 사실적인 음란한 대사로 관객에게 유인구를 던질 태세다. 베드신과 카섹스 장면에서 김혜수·윤진서는 노출을 자제한 대신 농도 짙은 대사와 눈빛. 표정 연기로 한층 농염한 매력을 선보였다.

장문일 감독은 기자간담회에서 “불륜을 미화한 것 아니냐”는 질문이 나오자 “그 질문을 예상했다”면서 “사랑과 섹스에 관한 네 남녀의 동상이몽을 통해 진정한 사랑과 자유에 대한 본질을 그려 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불륜은 극중 두 유부녀의 일탈과 자아를 찾아가는 여정에서 필요한 소재였을 뿐”이라며 애써 의미를 축소했다.

김혜수도 거들었다. “이 영화가 단순한 섹스 코미디에 갇히지 않아서 좋았다”는 그는 “인간 본연의 외로움을 다룬 내용에 끌려 출연을 결심했다”면서 “비록 이슬이 남편(박상면)의 외도 때문에 맞바람을 피우지만 결국 단맛 쓴맛을 모두 본 뒤 자신과 화해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 영화의 성인용 대사는 인터넷 야설을 희화화했던 <음란서생>이나 박해일의 “5초만 넣고 있을게”라는 대사가 화제가 됐던 <연애의 목적>의 맥을 잇는 느낌. <바람 피기 좋은 날>은 18세 관람가 영화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