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연은 이렇다. 처음엔 LS전선과 진로산업도 경쟁 입찰 없이 우리투자증권을 주간사로 정하려 했다. 그런데 구 부회장이 제동을 걸었다. "기업은 효율과 이익을 따져야 하는데 경쟁 없이 인연만으로 파트너를 정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이유였다. 그래서 지난해 말 LS전선은 증권사들에게 제안서를 낼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당시 증권가에선 '다른 증권사는 들러리고 우리투자증권을 택할 게 뻔하다'는 소문이 돌았다. 삼성증권도 마찬가지 생각이었다. 삼성증권의 한 간부는 "그때 반신반의하면서 LS전선과 진로산업에 전화를 했더니 '들러리란 있을 수 없고, 가장 유리한 조건을 제시하는 곳을 택하겠다'는 답을 들었다"고 회고했다. 그 뒤 삼성증권은 진로산업을 철저히 분석해 대주주인 LS전선에 최대한 좋은 조건을 제시하려고 노력했다. 그 결과, 우리투자증권을 제치고 주간사가 됐다. 2003년 LG에서 계열 분리한 LS그룹이 LG의 라이벌인 삼성의 계열사를 파트너로 잡은 것이다.
이에 대해 구 부회장은 "앞으로도 모든 거래에서 우리에게 가장 큰 이익을 주는 곳을 파트너로 삼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혁주 기자
◆ 진로산업=선박용 전선 제조업체로 68년 연합전선으로 출발해 84년 상장했다. 89년 진로그룹에 인수되면서 현 이름으로 바꿨다. 98년 진로그룹 도산 여파로 법정관리에 들어가 2003년 상장 폐지됐다. 2004년 LS전선이 인수하면서 법정관리에서 벗어나 올 하반기 증권거래소 재상장을 추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