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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Story] '큰 손' 중국 관광객 납시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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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29일 서울 명동의 한 장신구 전문점. 일본인 여성 세 명이 반지.목걸이를 둘러보더니 이내 나가 버린다. 몇 분 후 들어온 다른 일본인 관광객도 마찬가지다. 점원도 이들을 애써 붙잡지 않는 눈치다. 10년 가까이 이 가게를 운영해 온 박모 사장은 "몇 년 전만 해도 쇼핑백을 가득 들고 명동 거리를 활보하는 일본인이 많았는데 이젠 대부분 빈손으로 다닌다"고 말했다.

#같은 날 바로 길 건너편의 신세계백화점 본점. 일가족으로 보이는 중국 관광객 10여 명이 남성복 코너를 둘러보고 있다. 그러다 한 명이 와이셔츠를 15장이나 샀다. "본국의 친척들에게 줄 선물"이라 했다. 이 백화점 판촉팀 김원삼 과장은 "지난해 10월 화장품 매장에서 한 중국 관광객이 한 번에 850만원을 결제해 화제가 됐다"며 "최근 백화점을 찾는 중국인의 씀씀이가 부쩍 커졌다"고 말했다.

유통.관광업계에서 중국인 '큰손' 잡기가 한창이다. 시들해진 한류(韓流) 열풍, 엔화 가치 하락 등으로 일본 관광객 수는 줄어든 반면 중국인 관광객 수는 꾸준히 늘고 있기 때문이다.

◆ 밀려드는 중국 관광객='한국은 홍콩.일본보다 더 가보고 싶은 곳'이라는 인식을 가진 중국인이 많다. 그래서 요즘 중국 상류층 관광객도 부쩍 늘었다는 것이 관광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중국 직불카드인 '인롄(銀聯)카드'의 한국 내 사용액은 지난해 70억원으로 전년도(28억원)에 비해 두 배 이상 늘었다.

보통 카드 사용을 기피하는 중국인 특성상 현금 사용액은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인롄카드를 국내에서 관리.운영하는 BC카드 측은 이 카드 사용액이 중국인 총 지출액의 2%에 불과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국내에서 관광.쇼핑 등으로 쓰는 1인당 비용은 중국인이 일본인을 훨씬 앞선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2005년 중국인 여행자 한 명이 국내에서 평균적으로 쓴 비용은 약 143만원. 일본인은 96만원 정도에 그쳤다.

◆ 중국 '큰손' 잡아라=중국 관광객 공략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유통업체다. 몇 년 전만 해도 백화점에서 중국 관광객은 애물단지였다. 물건은 사지 않으면서 시끄럽게 몰려다니며 매장 분위기만 망치기 일쑤였던 탓이다. 그러나 상황이 바뀌었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최근 자체 조사 결과 일본인 한 명의 평균 구매액은 3만~5만원인 데 비해 중국인은 50만원에 이른다"며 "요즘은 매장마다 중국인을 '귀빈'으로 모신다"고 말했다. 대부분 업체는 중국어 구사 직원을 채용하고 중국어 가이드북도 제작, 비치하고 있다. BC카드는 인롄카드를 사용하는 중국인 관광객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전국적으로 현금인출기 수를 늘리고 면세점 등 주요 업소에 전용 단말기를 무상 공급하기로 했다.

김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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