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빙점」의 작가 삼포능자|남편이 20년간 작품 "받아쓰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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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소설『빙점』의 작가로 한국에도 널리 알려진 일본여류작가 미우라 아야코(삼포능자·69)씨가 직장암으로 죽음과 마주한 채 남편 미쓰요(광세)씨의 도움으로 집필활동을 하고있는 2인3각의 감동적인 모습이 지난달26일 NHK-TV를 통해 방송되어 전 일본의 화제가 되고있다.
일본북부 홋카이도(배해도)의 아사히가와(욱천)에 살면서 42세란 늦은 나이에『빙점』이 한 신문사가 모집한 현상공모소설로 당선됨으로써 그는 문단에 나왔다.
NHK 아사히가와국이 4년여의 세월을 두고 제작한「열도 다큐멘터리, 햇살아래-미우라 아야코, 그의 나날들」이란 45분 짜리 이 필름은 독실한 기독교신앙을 바탕으로 한 35년여에 이르는 미우라씨 부부의 지극한 부부애와 집필생활에 초점을 맞추어 보는 이들의 감동을 자아내는 것이었다.
이 다큐멘터리에서 미우라씨부부는 비서에게도 보이지 않는다고 하는 초고의 구술필기(물론작가인 아내가 말을 하면 남편이 받아쓰는)장면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아야코씨는 현재 소화대 시대 역사를 배경으로 한 장편소설『총구』를 집필중이다.
이러한 집필습관은『시오카리 언덕』이후 20여년 계속된 것으로 어깨 염증으로 오른팔이 불편한 아내를 위한 남편의 배려에서였다.
감수성이 예민한 아내는 감동적인 장면을 묘사할 때 넘쳐흐르는 눈물을 억제하지 못한다. 이 장면을 갑은 카메라 워크는 압권이었다. 그러면 잠시 이들 부부는 휴식을 맞는다. 이렇게 하루 4∼5시간 집필을 하는 것이다.
2차대전전 국민학교 교사를 지낸 아야코여사는 젊은 시절 폐결핵 등 병의 연속으로 한때 자살을 기도한 적도 있다.
그를 구한 것은 같은 법원의 환자였던 한 크리스천과의 만남이었다. 기독교신앙을 매개로 그가 오늘의 남편과 만나 결혼한 것은 37세 때였다. 작가가 된 후 그는『길은 여기에』등 수많은 소설·수필집을 냈다.
지난 82년 직장암으로 수술했으나 85년 재발, 7년째 투병생활을 하고 있다. 이 필름의 해설자로는 미우라씨 부부의 절친한 친구인 여배우 오조라 마유미(대공진궁)씨가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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