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한사온 기질」(분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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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역사를 통해 조선인의 민족성을 살피면 장점이라할 것은 낙천성이요,결벽성이요,내로·내핍하고,견인지구하고,무용선투함 등이요,그 단점은 형식을 과중함이요,조직력·단합심·수속성이 약함이요,용예치 못함이요,퇴영·고식함 등을 들 수 있습니다.』
최남선의 『조선상식문답』에 나오는 글이다. 그는 우리민족을 독창성이 뛰어난 우수한 민족으로 보면서도 응집력과 결속력이 약하며,공적 양심과 용기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개인적으로 우수하나,집합적으로는 약하다는 것이다.
함석헌이 우리 민족에 관해 분석한 내용은 좀 더 구체적이다. 그는 『뜻으로 본 한국역사』에서 『본래 부드러운 성질인데다 이 특징없고 찌르르한 맛없는데 사니 그만 뜨뜻미지근한 성격이 되고 말았다. …삼한사온이란 말 한마디로 우리나라 기후를 잘 나타내는 말이지만,이 삼한사온이야 말로 한국사람다운 기후다. 따뜻한 나흘이 올 것을 기대하고 추운 사흘을 그럭저럭 지내는데 이 사람들의 성격도,이 나라의 역사도 있지 않은가.』
시대를 달리하는 이 두 사람의 민족관을 종합하면 개인적으로 뛰어난 재능이 흐리멍덩한 의지 때문에 발휘되지 못하거나 겨우 사리나 공명심에 머물고 만다는 것이다.
최근 네덜란드의 암스테르담에서 열렸던 제31회 국제기능올림픽에서 우리나라가 또 다시 종합우승을 했다. 무려 9연패의 쾌거를 이룩한 것이다. 전종목 34개 가운데 32개 종목에 참가해 금메달 13개,은메달 2개,동메달 3개로 여러 선진부국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한 나라의 산업발전은 기능이 그 기초적 힘으로 밑받침돼야 하며,기술이 견인차 구실을 하는 것이다. 기술만 있고 기능이 없으면 뿌리가 부실한 나무와 같다.
9연패의 기능올림픽 실력이면 국제적으로도 우리 상품의 품질은 단연 수위여야할 것이다. 그러나 실제는 그렇지 못하다.
우리 상품의 불량률이 날이 갈수록 높아져 외국바이어들의 이탈이 가속화되는 실정이다. 품질에 비해 가격이 비싸다는 여론도 지배적이다. 무역협회 조사로는 근로의욕이 떨어졌기 때문이라 한다.
세계정상의 기능력이 왜 세계정상의 제품으로 연결되지 못하는지 그 연원을 최남선과 함석헌의 민족성 분석에서 찾아봄직 하다. 근로자·기업·정부가 두루 성찰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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