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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태수씨 돈 세탁 조사 경찰 '수사 세탁' 의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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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현대 비자금 수백억원을 세탁한 혐의로 검찰에 수배된 임태수(46.사진.미국 필라델피아 도피.중앙일보 11월 21일자 5면)씨가 돈 세탁 과정에서 문제가 생겨 경찰의 조사를 받았으나 관련 기록이 해당 경찰서에 남아 있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임씨가 세탁한 돈은 박지원(朴智元)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2000년 봄 고 정몽헌(鄭夢憲)현대아산이사회 회장 측으로부터 받았다는 양도성예금증서(CD) 1백50억원어치 등으로 전직 무기거래상 김영완(金榮浣.50.해외도피)씨가 임씨에게 세탁을 맡겼었다.

이에 따라 당시 임씨 사건이 이른바 경찰 내 특정 인맥을 통한 '비선(秘線)수사'를 거쳐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처리된 뒤 없던 일로 된 것이 아니었느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김영완씨는 지난해 3월 자신의 서울 평창동 집에서 1백억원대의 떼강도를 당했을 때 박지원씨에게 부탁해 청와대에 파견근무 중이던 박종이 경감을 통해 경찰청의 비밀수사가 이뤄지도록 한 바 있다.

21일 대북송금 특검 및 대검 관계자에 따르면 2000년 3~9월 임씨가 현금과 수표 1백억원 정도를 차명계좌를 통해 1천만원짜리 수표로 바꾸는 과정에 개입했던 당시 모은행 지점장 A씨로부터 "당시 내가 임씨의 직원 명의로 발행해준 수표 거래가 잘못돼 임씨가 사기죄로 서울시내 한 경찰서에 고소됐다"고 진술했다.

A씨는 "그 때문에 나도 2001년 1월께 이 경찰서 조사계에 불려가 수표 인출 과정 등에 대해 조사를 받았으며 그 사건으로 인해 임씨와의 거래를 중단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본지 취재 결과 2000~2001년 임씨가 고소된 사건 기록이 범죄사건부 등에 남아 있지 않았다.

이에 대해 당시 이 경찰서 관계자는 "모든 고소사건은 처리결과가 수사1계에 기록으로 남도록 돼 있다"며 "설사 무혐의 처분이라 해도 반드시 기록이 남아야 하므로 정상적으로 사건이 처리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규정상 모든 고소.고발 사건은 접수와 함께 사건번호가 부여돼 입건되므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해도 반드시 범죄사건부에는 기록이 남게 돼 있다. 다만 고소.고발이 아닌 진정 사건인 경우 관련자들을 조사한 뒤 입건하지 않고 종결할 수 있고, 그 경우 사건번호가 없어 기록이 남지 않는다.

특히 임씨가 세탁해온 돈은 김영완씨가 관리하는 거물 정치인의 비자금이었다는 점에서 비선수사의 의혹은 상당히 설득력 있게 제기되고 있다. 돈 세탁의 꼬리가 잡히지 않도록 하기 위해 사건 자체를 은폐했을 가능성이다.

김영완씨 집 떼강도 사건 비선수사는 지난 6월 본지 단독 보도로 세상에 알려지면서 朴경감과 사건 당시 경찰청 수사국장이었던 이승재(李承栽.현 경찰종합학교장)치안감 등이 직위해제됐다.

임장혁.이수기 기자

*** 바로잡습니다

11월 22일자 8면 '임태수씨 돈 세탁 조사 경찰 수사세탁 의혹'기사와 관련, 임씨는 2001년 서울 영등포경찰서가 수사한 금융 사기 사건에서 피고소인이 아닌 참고인으로 공식 조사를 받았음이 밝혀져 바로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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