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카에다 "美·日에 추가공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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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격당하는 영국(Britain under Attack)"-데일리 익스프레스.

"알카에다 영국을 때리다"-더 타임스.

"테러범이 노린 것은 터키가 아니라 영국이었다"-파이낸셜 타임스.

20일 터키 이스탄불 영국 총영사관 등 동시 자폭테러로 숨진 27명 가운데 로저 쇼트 총영사 등 영국인이 다수 피해를 보자 21일 영국 언론들은 9.11 직후의 미국과 같은 위기감을 나타냈다.

이번 테러가 오사마 빈 라덴이 이끄는 국제테러조직 알카에다가 관련됐다는 확신에서 비롯된 위기감이다. 알카에다도 21일 사우디아라비아 신문 알무잘라에 보낸 메시지에서 "알카에다와 전 세계의 동료들이 이스탄불의 신속한 동시 공격을 이뤄냈다"며 "미국과 일본을 상대로 새로운 공격이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빈 라덴이 영국에 대한 테러를 예고한 것은 지난달 18일이었다. 미국뿐만 아니라 이라크전에 참가하고 있는 다른 동맹국에 대해서도 성전(聖戰)을 벌이자는 독전의 목소리가 테이프에 담겨 알자지라 TV에 방송됐다.

빈 라덴은 구체적으로 나라 이름까지 거명했다. 영국을 선두로 이탈리아.일본 등등. 그로부터 한달 만에 영국 영사관이 테러를 당한 것이다. 자살 테러범이 대형 폭발물을 안고 차량으로 돌진한 형태가 전형적인 알카에다 방식이다.

타이밍은 부시 미국 대통령과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의 정상회담에 맞춰졌다. 이라크전쟁을 이끄는 미국과 두번째 참전국인 영국이 동지애와 결전의 의지를 다지는 순간에 맞춘 셈이다.

이라크전에 참전하고 있는 다른 동맹국들에 대한 경고인 동시에 미국의 요청에 따라 추가 파병을 고려 중인 나라들에 대한 경고다.

사실 영국은 최근 며칠 사이 경찰의 경계령을 최고 수준으로 높였다. 20일 반전 시위를 이용해 테러가 있을 수 있다는 첩보에 따른 것이다. 그런데 경계가 고조된 본토 대신 상대적으로 공격하기 쉬운 이스탄불의 영국 영사관과 영국계 은행 HSBC가 타깃이 된 것이다.

영국 정보 관계자들은 본토에서 테러를 계획하는 세력과 이스탄불 테러 세력 모두 알카에다와 연계돼 있다고 확신한다. 알카에다가 각국 무슬림 과격세력을 모아 테러훈련을 시키는 등 '테러사관학교'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한편 터키 일간 후리예트는 터키 경찰이 이슬람 무장대원 7명을 이번 테러의 용의자로 체포했다고 밝혔다. 압둘라 굴 터키 외무장관도 기자회견에서 "용의자 다수를 검거했다"면서도 "하지만 많은 정보를 공개하기엔 이르다"고 밝혔다.

런던=오병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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