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다들 디지털 디지털 하는데 TV 아날로그 코드 뽑긴 이르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13면

비싸더라도 디지털 TV를 사야 하나, 당분간은 아날로그 TV를 사도 될까. 요즘 TV를 새로 장만하려는 사람들은 이런 고민을 하게 마련이다. 정부의 디지털 방송 전환 정책이 혼선을 빚다 보니 이런 고민을 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정부의 디지털 방송 전환 추진 상황을 알아보고, TV 시장 현황을 점검해 본다.

◆아날로그 방송 종료 연기될 수도=정보통신부 장관과 방송위원장이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는 디지털방송활성화위원회는 지난해 12월 28일 TV에 셋톱박스 내장 의무화, 아날로그방송 중단 시기 등을 담은 '디지털방송활성화 특별법안'을 마련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산업자원부와 지상파 방송사 등의 이의 제기로 법안 마련이 미뤄졌다. 특별법안은 일러야 2월 중에나 확정될 예정이다. 위원회는 아날로그 방송 중단 시기를 기존보다 2년 늦춘 2012년으로 하면서 30인치 이상 TV는 내년부터, 20~30인치 TV는 2009년부터 의무적으로 디지털튜너를 내장하도록 할 방침이었다. 하지만 특별법안 마련이 지연되면서 이 같은 일정에 차질이 빚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 됐다. 미국은 2009년 2월, 일본은 2011년 7월 각각 아날로그 방송을 종료하기로 이미 확정했다.

시장에선 아직도 아날로그 TV의 인기가 여전하다. 시장조사기관 GfK에 따르면 지난해 판매된 TV 190여만 대 중 아날로그 TV가 100만 대를 넘었다. 삼성전자.LG전자 등 TV 제조업체들도 판매 대수의 50~59%를 아날로그 제품으로 집계했다. 금액 기준으로는 디지털 TV 비중이 70% 이상을 차지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1인 가구, 저소득층에서 21인치 이하 저가 TV를 찾는 수요가 꾸준한 데다 가정마다 '세컨드 TV'로 선호하다 보니 아날로그 TV가 금액은 적지만 대수로는 꽤 많이 팔린다"고 말했다.

◆셋톱박스 90% 이상 내장=전문가들은 아날로그 방송이 종료되더라도 TV 수상기까지 못 쓰게 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한다. 다만 디지털 방송용 셋톱박스를 추가 구입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현재 팔리는 디지털 TV의 90% 이상은 셋톱박스를 내장한 일체형이다. 추가 장비 구입 없이도 디지털 방송 시청이 가능하다. 그러나 아날로그 TV는 외장형 셋톱박스가 있어야만 디지털 방송을 볼 수 있다. 셋톱박스는 방송국에서 보내는 디지털 신호 정보를 받아 영상과 음성 신호로 변환해 TV로 전송하는 기능을 한다. 따라서 셋톱박스와 TV를 S-비디오나 컴포넌트 단자 등으로 연결하면 DVD를 아날로그 TV에서 즐길 수 있는 것처럼 디지털 방송도 볼 수 있는 것이다.

현재 셋톱박스 가격은 14만원이 넘으며, 녹화 기능까지 갖춘 제품은 30만원을 넘나든다. 그러나 아날로그 방송 중단 무렵엔 싼 보급형 제품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아날로그 방송 종료 전까지 40달러 안팎의 셋톱박스를 개발해 저소득층에게 셋톱박스를 나눠줄 예정이다. 한국도 정부가 국민기초생활법 수급권자 및 차상위계층, 소년소녀가장 등에게 셋톱박스를 지원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그러나 셋톱박스를 사더라도 고화질(HD) 화면은 포기해야 한다. 아날로그 TV의 해상도가 HD급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셋톱박스를 연결하면 HD 방송보다 선명도는 떨어지겠지만 떨림 등이 없는 깨끗한 화면을 볼 수는 있다.

김창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