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베리아 가스를 잡아라 에너지 큰손들 '총출동'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5면

러시아 시베리아의 이르쿠츠크 지역 가스전을 개발, 파이프 라인을 통해 우리나라와 중국으로 들여오는 국제에너지협력사업의 타당성 조사가 완료된 가운데 세계 에너지 메이저들이 이 사업에 뛰어들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러시아 일간 '베도모스티'의 보도에 따르면 엑손 모빌, 셰브론 텍사코, 코노코 필립스 등 미국 3대 에너지기업과 영국.네덜란드 합작사인 로열 더치 셸, 프랑스 토탈 등이 이르쿠츠크 '코빅타'가스전 개발사업에 참여하기 위해 개발권 지분 매입을 적극 추진 중이다. 현재 코빅타 개발권은 영국.러시아 합작사인 BP-TNK(62%), 러시아 인테르로스(26%), 이르쿠츠크 주정부(11%) 등이 지분 출자를 통해 설립한 '루시아 페트롤레움(RP)'사가 갖고 있다.

거대 에너지 기업들은 코빅타 사업 참여를 위해 인테르로스 소유 지분을 매입하는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속.금융재벌인 인테르로스는 비핵심 사업분야 정리를 위해 시가 5억달러로 평가받는 RP 지분을 올해 말까지 매각하길 희망하고 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코빅타 생산 가스의 주요 구매자로 가스관 건설분야에 참여하고 있는 중국과 한국도 가스전 개발 지분 매입을 고려 중이다. 신문은 중국의 경우 파이프라인 건설을 주도할 국영석유사(CNPC)와는 별도로 석유.가스 생산 회사 CNOOC, 석유 유통회사 시노켐 등이 인테르로스의 지분 매입에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우리나라를 대표해 가스전 사업에 참여 중인 한국가스공사(Kogas)도 개발 지분 확보를 신중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동시베리아 지역 자원개발 감독권을 가진 러시아 국영가스사 '가스프롬'도 사업 참여를 노리고 있다.

지난주 모스크바에서 10억t 규모의 코빅타 가스전 개발사업 타당성 조사 보고서에 공동서명한 한.중.러 3국은 내년 말까지 가스 가격협상과 각국 정부 승인 절차를 마치고 가스전 개발과 파이프라인 건설 등에 본격 착수키로 합의했다. 이 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우리나라는 2008년부터 연간 7백만t의 시베리아산 천연가스를 30년에 걸쳐 도입하게 된다. 우리나라로 들어오는 가스관은 이르쿠츠크~선양(瀋陽)~다롄(大連)~서해해저~평택 노선으로 잠정 확정됐다.

모스크바=유철종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