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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주의 소곤소곤 연예가] 박철·옥소리 부부의 알콩달콩 비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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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면

스타들이 어떻게 사는지 궁금하지 않으세요. TV에서 볼 수 있는 스타들의 겉모습 속에 감춰진 그들의 속내를 알고 싶지는 않으세요. 우리가 미처 몰랐던 스타의 진면목을, 찜질방에 앉아 수다 떨듯 편안하게 들려줄 '소곤소곤 연예가'를 이번 주부터 연재합니다.

평소 연예인들과 '찜질방 토크'를 자주 즐기는 방송경력 10년의 이현주 작가가 연예가 뒷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이현주 작가는 '밀레니엄특급'(SBS)과 '특집 토요일은 즐거워'(SBS) '연예가중계'(KBS) 작가를 거쳐 현재 건강 버라이어티 오락 프로그램 '비타민'(KBS) 작가로 활동 중입니다.

경기도 일산에는 주민들이 가장 이상적이라 인정할 만한 연예인 부부가 산다. 남편은 주말마다 호수공원에서 마라톤을 하고, 아내는 다섯살 난 딸 아이에게 매일 저녁 구연동화를 들려준다. 뭐 그다지 특별할 것도 없는 것 같지만 인기를 먹고 사는 연예인들에겐 그림의 떡 같은 장면이다. 그러나 연예인답지 않은(?) 커플, 박철.옥소리 부부는 이렇게 산다.

내가 이들의 기묘한 일상에 끼여든 것은 2년 전, 이들이 우연히 옆집으로 이사를 오면서부터다. 결혼 7년차 동갑내기 부부에게 가장 놀란 것은 '존칭'이었다. 방송에서 화끈한 발언으로 화제를 모았던 박철씨가 아내에게 깍듯한 존댓말을 쓰는 것이 아닌가?

"보경(옥소리 본명)씨, 저는 내일 아침 일찍 촬영있어요." "준이 아빠, 그럼 아침식사는 어떻게 할래요?" "어차피 나는 운동하고 갈 거니까 신경쓰지 마요. 잠깨지 않게 조용히 갈게요."

마치 TV 드라마를 보는 기분이었다. 그들은 누가 뭐래도 배우니깐…. 아무렇지도 않은 척 했지만 속으론 '에이~ 혹 대외적인 이미지용이 아닐까…' 의심어린 눈초리로 지켜봤지만 선입견 섞인 의문은 그들의 다섯살배기 옥동녀를 보는 순간 모두 풀렸다. 아빠처럼 서글한 눈매에 엄마를 닮은 도톰한 입술을 오무려가며 허스키한 목소리로 존댓말을 쓰는 아이, 박준. "엄마. 우유 주세요. 아니다. 먼저 목욕하고 마실게요"하며 후다다닥 혼자 목욕탕으로 뛰어간다. (혼자 샤워를 하는 다섯살짜리 준이는 놀이방 대신 찜질방을 좋아하고, 탄산음료 대신 냉녹차를 즐겨 마신다.)

그렇다면 그들은 왜? 왜? 왜? 낯선 어휘를 구사하는 걸까? 이들 부부가 '동갑내기 경어쓰기'를 시작하게 된 배경은 이렇다.

남이 만나 가족이 되는데 사랑은 그저 시작에 불과할 뿐. 신혼 시절 잦은 다툼은 대화를 단절시킨다. 주먹보다 빠르고 무기보다 효과적인 것이 날카로운 말 한마디 아닌가? 덕분에 오해는 어느덧 돌이킬 수 없는 기정사실이 되고 만다. 그들 부부,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서로에게 상처주지 않는 나름대로 비법을 모색한다. 일단 호칭을 바꾸고 존댓말을 쓰기 시작했다. 어색하고 거북살스러울 수 있지만 연애시절이 짧았던 두 사람에겐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고 한다. 아이를 낳은 이후 아내는 가끔 말꼬리가 흐려지지만 아직도 남편은 침대에서조차 말을 놓지 않는다고….

덕분에 연예인 부부의 특성상 이들에게도 예외는 아니었던 '불화설'은 감기같은 해프닝으로 끝을 맺었다. 결국 별반 새로울 것도 없는 '존칭' 하나가 흐트러지기 쉽고 불규칙한 연예인 생활을 지탱해 주는 든든한 보험이 되었던 셈이다. 누구나 알지만 아무도 몰랐던 거짓말 같은 진실이다.

결혼에 지친 이들에게, 아니면 결혼이란 이름으로 새로운 시작을 하는 이들에게 소소한 축의금 대신 박철.옥소리표 존댓말이 주는 미덕을 선물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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