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떼지어 해킹' 동호회 만들어 실력 경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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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국세청 유명 쇼핑몰.음료회사.게임회사.동창모임.산부인과.대학교의 인터넷 사이트가 해커들에게 무방비로 노출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는 19일 수십개의 인터넷 사이트를 해킹하고 개인정보를 유출한 혐의(정보통신망이용촉진 등에 관한 법률위반)로 朴모(17)군 등 '와우해커(wowhacker)' 그룹 회원 11명을 입건했다. 또 수사가 시작되자 서버의 하드디스크를 숨기고 자료를 삭제한 혐의(증거인멸)로 이 사이트 운영자 洪모(24).金모(34)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洪씨 등이 2000년 5월부터 '와우해커'라는 해커 동호회 사이트를 운영하면서 회원들이 서로의 능력을 과시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유명 업체의 인터넷사이트를 해킹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들이 인터넷 동창모임 사이트에서 2백50만명의 회원 정보를 빼내고 국세청 보안서버에 침입하는 등 3년 동안 약 90개 사이트를 공격한 흔적을 확인했지만, 해킹한 정보를 범죄에 이용한 사실은 발견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주 서버는 침입당하지 않았으며, 납세정보는 내부 전산망에 보관돼 있어 해킹으로 빼낼 수 없다"고 말했다.

국제 해킹대회에서 우승한 경험이 있는 사이트 운영자 洪씨는 경찰에서 "외국 사이트에 공개돼 있는 인터넷 보안 정보를 주고 받는 게 동호회 활동의 주 목적으로, 회원들이 실제로 해킹을 하는지는 몰랐다"고 주장했다.

이상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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