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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과학관을 찾아서] 삼성 어린이 박물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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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7면

아이:"엄마, 아빠! 아기는 어떻게 만들어져요?"

부모:"그러니까 말이야.…???"

부모들이 자녀의 성장기에 서너번씩 듣는 질문이자 부모의 얼버무림성 답변이다.

서울 지하철 2호선 잠실역 옆에 있는 삼성어린이박물관에 자녀를 데려가면 이런 질문에 군색한 답변을 할 필요가 없다. 박물관 3층 인체 탐험관의 '아기가 태어나기까지'전시물은 정자와 난자가 만나 아기가 엄마의 배 속에서 커가는 과정을 잘 보여준다.

임신 개월수별로 태아의 크기를 조각으로 만들어 그 크기와 커가는 과정을 알 수 있다. 또 어린이는 엄마의 배 속으로 들어가 웅크리고 앉고, 엄마는 얼굴 부위에 낸 구멍에 얼굴을 내밀어 사진을 찍을 수 있게 해놓았다.

삼성문화재단이 운영하는 삼성어린이과학관은 이처럼 체험을 통해 배울 수 있는 어린이를 위한 국내 유일의 명소다. 4개층 7백여평에 '동화 속으로' '아트갤러리' '과학탐구 영역' '사회와 문화 비교 영역' 등 과학과 예술.사회 등 11개 분야 1백여개의 전시물을 갖추고 있다.

그 중에는 화폐.박쥐의 세계, 물의 힘, 모르스 부호, 기억 실험 등도 있다. 모두 만져보고, 조작해볼 수 있는 것들이다. 어린이들의 감성과 창의성 발현에 자극제가 되도록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이용, 전시물을 만들었다.

미술 감상을 할 수 있는 아트갤러리 전시관에는 김기창.이중섭.장욱진.최영림 등 당대의 내로라하는 작가의 그림 복사본이 걸려 있다. 그 복사본 옆에는 그림의 일부분을 색상이나 터치를 다르게 표현해 여러 장을 넘기며 볼 수 있게 해놨다. 어느 것이 원화와 같은 것인지 알아맞히게 하자는 것이다.

장욱진 '달과 아이'라는 그림의 경우 그림 속 닭 주둥이에 먹이를 줄 수 있도록 그림 패널 옆면에 구멍을 뚫어놓기도 했다.

삼성어린이박물관 운영실 곽신숙씨는 "과학관처럼 첨단 과학을 소개하기 보다 어린이들이 다양한 분야를 체험을 통해 학습할 수 있도록 한 교육의 장"이라며 "관람객의 절반 이상이 다시 방문한다"고 말했다.

동화도 체험할 수 있다. '해와 달이 된 오누이' 전시 코너의 경우 부모가 껄끄러운 장갑에 손을 넣어 내밀어 어린이가 만지게 함으로써 호랑이의 손과 엄마의 손이 다르다는 동화의 내용을 실감하게 한다.

이 코너를 돌고 있던 남현미(36.서울 신당동)씨는 "두살된 아들이 너무 좋아해 두번째 방문했다"고 말했다.

화폐코너는 교통카드.신용카드 등 유사현금의 사용 방법을 배우도록 꾸며졌다.

이외에 특별 프로그램으로 '영.유아 놀이학교''열린연극학교''과학교실''사진교실''미술학교' 등이 있다.

주요 관람객은 초등학교 저학년이나 유치원생. 전국에 이런 어린이 전용 체험학습장이 거의 없다보니 전시장이 한가할 때가 없다는 것이 박물관 측의 말이다. 단체관람객은 3개월 전에 예약해야 할 정도라고 한다.

미국엔 어린이박물관이 3백여개나 있는 등 전세계에 4백여개가 문을 열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대기업 몇 군데에서 설립을 위한 기초 검토를 하고 있으나 돈이 많이 들어 가시적으로 그 움직임이 나타난 곳은 없다.

삼성어린이박물관의 경우 연간 운영비가 30억원에 달한다. 입장료는 어른 4천원, 어린이 5천원. 입장권은 사전에 이 박물관 홈페이지(www.samsungkids.org)로 예약하는 것이 좋다.

박방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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