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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오 산책] 음악인가, 기계인가…목표부터 정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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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오디오와 놀기에 썩 괜찮은 곳이다. 우선 소프트웨어인 음반은 값이 싸고 구색 역시 다양하다. 일본.미국 등지보다 상대적으로 그렇다는 얘기다. 하드웨어인 오디오 역시 전과 달리 세계 하이엔드의 거의 대부분을 접할 수 있다. 그 보물창고가 용산 전자랜드. 지난주 뜨르르한 기기들이 산더미 같은 그곳을 나들이했다가 한 오디오숍에 불쑥 들어갔다.

문짝만한 아발론 스피커에 끌렸기 때문이다. 그 괴물 앞에 서성대다가 주인장을 힐끗 보니 웬걸 그는 라디오에 코박고 있었다. 역설이다. 초고가 오디오를 두고 그토록 단출하게 음악을 즐기다니…. 그 라디오 '티볼리오디오 모델 1'이 요즘 한참 뜨는 품목이다. 사실 올해 오디오 동네의 최대 화제 중의 하나가 그것이었다. 조금 두툼한 영어 사전만 할까? 가격도 20만원 조금 넘는다. 하지만 당당한 작은 명품으로 사랑받는다.

세계 최소형 오디오일 그 라디오는 스테레오 아닌 모노럴이다. 스피커 설계의 귀재인 고(故)헨리 크로스의 설계라지만 라디오는 라디오일 뿐인데, 사람들은 왜 이 작은 기계에 속절없이 빠져들까? 단순함 때문이다. 오디오매니어들은 거창한 기기에 질린 것이다. 음악 듣자면 트랜스포트.DA컨버터에서 파워앰프까지 스위치만 10개 가까이 켜야 된다. 진공관은 예열까지 기다려야 한다. 거기에 고장 한번 나보라. 머리가 지끈거린다.

고생고생 구축한 오디오가 스트레스임을 확인한 순간, 이 라디오가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다. 그런가 하면 올해 또 다른 화제가 하만카든 앰프였다. 백과사전만하다. 가격은 8만원. 한 전자회사에서 오래전 사들여 창고에 쌓아뒀던 앰프 수백대를 헐값에 내놓았다. 하지만 성능은 기막히다. "영국제 모 유명 앰프보다 좋다"고 만족했던 평론가도 있다. 물론 매진됐다.

요즘 웰빙과 함께 '자발적 단순함'이 삶의 방식으로 각광이다. 오디오도 그렇다. '단순함 만세'다. 복잡한 기기의 정글에서 벗어난 좋은 음악에 사람들은 목말라 한다. 혹시 당신이 음악을 듣고 싶다면 먼저 목표를 정하라. 음악인가 기계인가. 하이파이인가 AV인가. 팝음악인가 클래식인가. 오케스트라를 좋아하나 단출한 실내악 쪽인가. 다음주부터 구체적인 오디오 구입정보를 소개해 보자.

조우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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