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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비지니스] 외국기업 "불황때 문화마케팅 더 힘껏"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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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1. 지난 9일까지 40여일간 서울 아트선재센터에서 열린 '에르메스코리아 미술상'전시회는 국내 화단과 미술 애호가들의 큰 관심을 모았다. 프랑스 고급 패션업체 에르메스의 한국지사가 제정한 이 상은 올해 네번째로 상금은 2천만원이다. 전시회 막바지에는 하루 수백명이 다녀갈 정도로 인기를 모았다. 상금 액수도 크지만 독특한 행사 진행 방식이 주효했다.

에르메스는 우선 국내 미술관과 공동으로 행사를 진행했다. 게다가 국내 신예에서 중견까지 화가 3명을 결선에 올려 각각 새로운 작품을 내게 한 뒤 당선작을 정하지 않은 채 한달간 일반에 전시한 것이다. 관람자들이 그림을 보면서 나름대로 수상작을 가늠해보는 재미를 가미한 것이다.

#2. 유니레버코리아는 젊은 예술가 지원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올 들어 비누 조각가 신미경씨에게 자사 비누제품 1천만원어치를 무상 제공했다. 전신 비누 조각상 하나 만드는 데 보통 비누 1천2백개가 들어간다.

한국에서 '문화 마케팅'으로 이미지를 높여가는 외국계 기업들이 늘고 있다. 기업들의 문화마케팅을 문화예술계에 연결해 주는 한국기업메세나협의회의 박찬 국장은 "문화.예술 분야 지원을 통해 자사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고 나아가 매출확대로까지 이어가자는 마케팅 전략"이라고 말했다.

◇문화마케팅 어떤 것 있나=아그파코리아는 하이테크 영상 전문업체라는 점을 부각시키려고 한다.

'아름다운 1% 나눔운동'을 후원하면서 이 운동에 기부한 사람 50명의 면면을 예술사진에 담아 다음달 중 사진전을 열기로 했다.

다국적 주류 회사 바카디-마티니는 제4회 디지털 영화제 '레스페스트'를 후원한다. 14~20일 연세대 1백주년기념관에서 열리고 있다.

한국마이크로소프트는 지난달 한글날을 맞아 '한글사랑 동호회'를 발족했다. 워드.엑셀.윈도 등 컴퓨터 영문용어의 한글 표기법 연구 등 기존사업을 확대하려는 뜻이다.

한국MSD는 다음달 1일 세계 에이즈의 날을 맞아 이들을 위한 앨범 제작을 준비 중이다.

가전업체인 JVC는 지난 12, 13일 이틀간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JVC 재즈 페스티벌'을 열었다. 지난 50년간 구미 주요 도시에서만 해 왔는데 아시아에선 처음이다.

올림푸스한국은 18개국의 사진가 1백여명이 아프리카 53개국의 다양한 지역을 하루 동안 찍은 '아프리카의 하루'사진전을 최근 열었다.

◇불황기가 더 효과적=국내 기업들은 불황을 핑계로 문화마케팅 투자에 인색하다. 하지만 외국계 기업들은 이 틈을 타 공격적인 문화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다른 기업들이 주춤할 때 적극적으로 자사를 홍보할 수 있고, 장기적으론 남는 투자라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컴브로더의 손용석 대표는 "여러 나라에서 영업을 해 온 다국적 기업들은 해당 국민의 친근감을 사기 위해 문화 마케팅을 일찍부터 활용해 왔다" 면서 "우리도 선진기업들의 관련 기법을 익혀야 한다"고 말했다.

홍승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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