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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 (1) 경기 고양덕양을 열린우리당 이명식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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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정치의 가장 시급한 과제는 정치자금의 투명화입니다. 좋은 정치를 만들기 위해서는 유권자들이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에게 소액을 기부하고 그 돈으로 정치활동을 하게 해야 합니다. 그런 문화를 만드는 데 앞장서겠습니다.”

열린우리당 소속으로 경기도 고양시 덕양(을)에 출사표를 던진 참여시대 고양포럼 이명식(李明植·47) 이사장은 정치개혁에 관한 한 당론보다 소신을 우선시하겠다고 말했다.

정치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이 따가운 때 친구들까지 만류하는 정치판에 뛰어든 것은 “정치를 바꾸려면 사람을 바꿔야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열린우리당 소속이지만 노무현 정부에 대한 평가는 냉정했다.

“한마디로, 문제가 많다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경제 문제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경제주체들이 신뢰할 수 있는 정책을 제시하고 정부가 솔선수범해야 합니다. 그렇게 못하는 각료와 참모는 과감히 경질해야 돼요. 인재 등용의 폭이 너무 좁지 않은가 우려되지만 이 문제는 국정 운영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시행착오로 이해하고 싶습니다. 재신임 정국을 거치면서 부분적으로 국정운영 패턴이 바뀌고, 더욱 개선되리라 생각합니다.”

경주 출신인 그는 부산 동아고를 거쳐 고려대 법대에 76학번으로 입학했다. 그 후 각종 시위와 모임을 주도하다 긴급조치 및 계엄포고령 위반으로 복역했고, 강제징집돼 군복무를 마쳤다.

“유신시대에 대학을 다니며 잘못된 법을 공부해 판검사가 되기보다 그 법을 바로 잡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그러자면 그 땐 유신헌법 철폐를 위해 싸우는 길밖에 없었습니다.”

80년대 들어 김근태 현 열린우리당 원내대표가 이끌던 재야단체 ‘민청련’의 막내로 사회운동을 시작한 그는 이후 문익환 목사, 이창복·장기표씨 등이 참여한 민주통일운동연합(민통련)에서 핵심 실무자로 일했다. 그리고 1995년, 20년 동지이자 선배인 김근태 의원과 함께 김대중 전 대통령이 창당한 새정치 국민회의에 입당, 제도 정치권에 발을 들여 놓았다.

“제가 부산 사나이입니다. 그런데 국민회의와 그 후신인 민주당에서 일한다니까 집안은 물론 주위의 시선이 곱지 않았습니다. 저로서는 지역감정보다 대의를 위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가 뛰어든 경기 고양 덕양(을)의 현역은 한나라당 이근진 의원이다. 이 의원이 최대 경쟁자라고 밝힌 그는 상당한 재력과 지역 조직을 그 근거로 들었다. 그러나 정치개혁을 바라는 국민들이 지역 등 연고보다 인물과 정책을 보고 투표한다면 승리할 수 있다고 장담했다.

“고양 덕양은 제게 제2의 고향이나 다름없습니다. 가까운 일산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개발된 열악한 지역이죠. 그린벨트 지역이 많아 주민들의 재산권 행사에도 제약이 있습니다. 교육 등 제반 여건도 미비하고, 자족 기능이 전무합니다. 북한산에서 행주산성에 이르는 역사 유적과 천혜의 자연환경을 개발하고 적절한 산업을 유치해 일시적으로 머물다 떠나는 곳이 아니라 정착하고 싶은 곳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최근 그가 연 출판기념회에 참석한 그의 대학시절 친구는 그를 ‘삼국지나 수호지에서 뛰쳐나온 인물’같다고 평했다. 외모만 보면 확실히 그렇다. 그런 그가 이번엔 험난한 정치의 바다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그동안 민주주의와 한반도 평화라는 역사적 과제를 위해 치열하게 살아왔다면 이제 그 가치를 국민의 대의기관인 의회를 통해 실현하고 싶어 졌습니다. 생존경쟁에서 낙오한 열패자와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입법활동을 한 번 해 보고 싶습니다.”

주진 월간중앙 정치개혁포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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