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회 세계바둑오픈' - 갑자기 터져나온 검토실의 비명소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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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5면

제8회 세계바둑오픈 8강전
[제9보 (136~150)]
白.曺薰鉉 9단 黑.趙治勳 9단

백△로 붙이자 흑▲로 둔 장면이다. 전보의 설명대로 조훈현의 백△는 패를 해보자는 강수다. 팻감은 백이 많기에 걱정없다는 얘기다. 괴로운 조치훈은 흑▲로 두어 잠시 시간을 번다.

백이 곱게 뻗어 받아주면 무슨 뾰족한 수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일단 선수 이득이니까 두어본 것이다.

그러나 바로 이 대목에서 천지가 뒤집히는 대변화가 날 줄은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조훈현9단이 136으로 또한번 베팅을 해버린 것이다. 136은 무모한 수는 결코 아니었다.

팻감은 많다는 확신 아래 두어진 논리적인 강수였고 유리할 때 더욱 고삐를 죄는 조훈현다운 강수이기도 했다.

고통 속에 잠겨 있던 조치훈의 두눈이 번쩍 떠졌다. 갈길을 몰라 방황하고 있는데 상대가 길을 열어줬다. 그는 139,141로 몰아갔고 조훈현도 142의 절단으로 맞섰다.마치 예고된 운명처럼 천지대패가 나버린 것이다.

144부터 패싸움 개시. 이 부근의 팻감이야말로 조훈현이 믿어온 자랑스러운 '총알'이다. 그런데 150 무렵, 검토실에서 갑자기 비명소리가 터져나온다.

'참고도' 흑1로 불청하는 수가 있다고 한다. 백2로 두면 하변 흑대마를 잡을 수 있지만 상변에 흑5, 7로 끊는 수가 있다. 하변이 죽어도 좌상 백을 잡으면 흑의 대승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조훈현9단은 하변을 잡으면 무조건 이긴다고 생각한다. 누구의 착각일까.(146.149는 패때림)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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