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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영상] 두 남자의 처절한 복수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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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술 취한 밤 영문도 모르고 끌려가 15년간 갇혔던 남자가 있습니다.
"오늘만 대충 수습하며 산다"고 이름이 오대수입니다. 누가, 왜 그러는지 이유나 알면 좋으련만.
누구한테 못할 짓을 했나 기억을 더듬어 '악행의 자서전'까지 써봅니다. 더 기가 막힌 건 갇혀 있는 사이 아내 살해범이란 누명까지 썼다는 사실. 매 끼니 지급되는 군만두도 이제 물렸습니다. 자살을 시도한 것만 수차례. 1년 단위로 손등에 빗금을 새겨 넣을 때마다 이 현대판 몬테 크리스토 백작에게 사무치는 것은 오로지 복수심뿐입니다.
여기 15년간 그를 가둔 남자가 있습니다. 64층 꼭대기 초호화 펜트하우스에 사는 등 고급 취향의 이우진이란 이 남자.
얼마나 대단한 사연이 있기에 한 사람의 인생을 잔인하게 빼앗으려는 것일까요. 15년째 되는 날 느닷없이 오대수를 풀어주며 그가 던진 "오대수, 넌 말이 너무 많아"라는 한마디가 이 미스터리를 푸는 열쇠가 될 수 있을까요.
어처구니없이 뒤엉키게 된 두 남자의 처절한 복수극을 다룬 박찬욱감독의 신작 '올드보이'입니다. 한국 영화 사상 가장 충격적이고 문제작으로 꼽힐 이 영화는 감금의 이유와 상대의 정체에 대한 비밀을 풀어 가는 동안 '인간이 가질 수있는 가장 무섭고 슬픈 진실'을 폭로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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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얼음처럼 멀리 있지만 복수심을 삶의 유일한 동력으로 삼는다는 점, 그리고 복수로 인해 파멸한다는 점에서 닮은꼴인 두 남자는 어떤 배우라도 탐 냈을 만한 역할을 소화해 냈습니다. 오대수와 이우진을 연기한 최민식과 유지태가 훗날 자신의 대표작을 꼽을 때 아마도 이 영화가 첫 머리를 장식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극중 대수가 장도리 하나 들고 자신을 가뒀던 깡패들과 20대 1로 벌이는 이른바 '장도리 액션'은 한국 영화사상 가장 '무식하고 센, 그래서 정말 리얼한'액션 중 하나로 기억됨직합니다.
'공동경비구역JSA'와 '복수는 나의 것'으로 흥행과 평단 모두에서 열광적인 반응을 받아 왔던 박찬욱 감독은 신작에서 기대만큼 뛰어난 장르적 완성도를 보인 동시에 충격적인 방식으로 인간의 욕망과 사회 금기에 대한 문제를 제기해 올 연말 극장가에 거센 찬반논쟁을 불러일으킬 전망입니다.

이병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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