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살림도 여야 각축(촛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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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3일 오후 3시쯤,임시구의회가 소집된 서울 봉천동 관악구청 4층 회의실. 90년도 구결산내용을 감사할 결산검사위원 2명을 선출하기 위해 회의를 하다가 마침 정회중이었다.
의원들이 얼굴을 붉히며 서로 고함과 삿대질을 주고 받는다.
『힘이 있다고 이렇게 해도 되는거요. 두자리중 하나는 야당몫으로 넘겨야 되는 것 아니오.』
『여당이 독식하면 의회가 제대로 굴러가겠소.』
야당성향 의원들의 비율이 3분의 1 정도로 수적으로 열세인 상황에서 여당성향 의원측이 2명의 검사위원 후보를 내고 표결로 밀어붙이려 하자 야측 의원들이 「독식」이 아니냐며 반발하고 나선 것.
『독식은 무슨 독식,자율적·민주적 절차에 의해 유능한 사람을 뽑겠다는데 뭐가 잘못됐단 말이오.』
일부 「여당의원」들이 응수하자 「야당의원」들이 또 다시 반격을 시작했다.
『검사위원에 관한 조례제정당시 막후협상을 통해 여야 각 1인씩 배분하기로 합의하지 않았소.』
「여야공방」이 한동안 계속된 뒤 마침내 자유경선방식으로 투표가 시작되려 하자 「야당의원」 10여명이 선거불참을 선언하고 집단 퇴장했다.
3시30분쯤,제적의원 41명중 28명만이 참가해 투표.
회의실에 나와 있던 한 방청객은 기초의회에서 드러난 여야 대결구조를 개탄했다.
『기초의원들은 여야를 떠나 「마을 살림꾼」으로 봉사하라고 정당공천없이 뽑은 것 아닙니까. 다수의 횡포·고함·집단퇴장·막후협상 등…. 개원한지 며칠이나 됐다고 기존정치의 못된 것만 배워 「난장판의회」를 만듭니까.』
3시50분쯤,개표결과 여측에서 민 후보 2명이 90%가량 득표해 뽑혔다.
의장이 개표결과를 선언하자 퇴장하지 않고 남아있던 한 「야당의원」은 의사진행발언 신청도 없이 고함을 치며 분노를 토해냈다.
그사이 여당의원들은 회전의자에 몸을 깊게 파묻은 채 딴청만 부려 마치 걸핏하면 여야가 격돌하는 정치판 같은 인상을 주었다.<이규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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