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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세기 통일은 예감이자 의지”/노 대통령 방미결산 간담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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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통일과 내각­직선제 정치체제는 무관/대선후보 내년초 민주적 절차로 선출/중소 놔두고 한반도 비핵화는 무의미
노태우 대통령은 3일 워싱턴 방문을 끝내며 숙소인 블레어 하우스에서 한국특파원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다음은 일문일답 요지.
『작년 샌프란시스코에서 한소정상회담이 있은후 세상은 엄청나게 변했습니다.
우리의 북방정책도 예상외의 성과를 거두어 이를 결산한다는 입장과 동북아의 새로운 틀을 짜는데 미국과 공동전략을 마련하기 위해 왔습니다.
이번 국빈방문은 우리나라에 대한 예우로 보람있게 생각합니다.』
­백악관 환영사에서 금세기말까지는 통일을 이룬다고 했는데 무슨 근거라도 있는지요.
『국가지도자의 입장에서 과거와 현실과 미래를 종합적으로 판단할때,또 독일의 통일로 미루어볼때 예감을 가질 수 있습니다.
거기다가 통일을 그때까지는 해야겠다는 의지도 포함되어 있는 것이고요.』
­향후 10년뒤에는 우리가 서독과 같이 북한을 떠맡을 수 있는 능력이 생기겠는지요.
『독일이 통일을 하고도 고통을 겪고 있는 점을 참작해야 합니다.
북한이 독일식의 흡수통합을 싫어 한다니 구태여 이를 고집할 생각은 없습니다.
통일을 하자면 북한의 연방제나 우리의 국가연합 단계를 모두 거쳐야 합니다.
어떤형태의 통일이 되든 거기에 맞추어 어려움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도록 해당부처에 A·B·C의 모델을 만들어 대응책을 마련토록 했지요.』
­통일과 관련,우리의 정치체제나 헌법질서가 어떤것이 바람직하겠습니까.
『바람직한 통일체제에 대해 내가 어떤 평가를 내릴 입장은 아닙니다.
나는 6·29선언이후 민주주의를 위해서는 내각제가 바람직하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그러나 국민이 직선제를 원해 이를 따랐으며 국민들은 지금도 대통령직선제를 좋아하고 있습니다. 내각제를 해야 통일이 쉽다,아니면 대통령제가 더 낫다는등 통일과 이 문제를 연계시킬 수는 없다고 봅니다.』
­미국이 이번에 국빈으로 초청을 해놓고 우리에게 요구한 것은 없는지요.
『국빈으로 초청해 준 것은 우리의 민주화가 착실히 진행되고 있고 혈맹으로서의 관계를 다져 21세기를 같이 열어 가자는 뜻이지요.
무역문제에 마찰이 있다면 실무자간에 해결할 수 있는 통로가 있으므로 정상간에는 이를 논의하지 않았습니다.』
­한국내의 핵무기에 대한 논의는 없었는지요.
『한국내에 핵무기가 있다 없다 얘기 할 수 없지요.
북한이 핵사찰을 받는것과 한국내의 핵존재여부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북한이 핵사찰을 받아야 한다는 점에는 소련·중국까지도 동의하고 있어요.』
­국정최고책임자로서 핵에 대한 철학은 어떤 것입니까.
『한국이나 한반도를 비핵화하자는 주장은 현실적으로는 가치가 없는 얘기입니다.
소련이나 중국등 주변 강대국의 핵사정권안에 있는 한반도인데 한반도만 비핵화한다고 되겠습니까.
사정거리에 있는 모든나라가 핵을 보유하지 않아야 진정한 비핵지대를 이룰 수 있는 것이지요.』
­민자당대통령후보에 대한 지명권을 행사하실 생각이신지요.
『민주주의를 한다고 했으니 당헌과 민주적인 절차에 의해 훌륭한 분이 선출되는 것이 바람직하지요. 후보선출은 임기 1년전 쯤인 내년초가 좋다고 봅니다.』
­미­북한관계개선은 어떻게 보십니까.
『우리의 어느 우방이라도 북한과 좋은 관계를 맺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다만 남북한관계가 개선되는 방향에서 이런 것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북한이 핵사찰을 받는 것도 중요합니다.
북한의 핵문제에 대한 의심이나 위협이 제거되면 큰진전이 있는 것으로 보아야지요.』
­조만간에 중국과의 국교수립도 있겠습니까.
『중국과의 관계는 착실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중국의 국민성으로 보나 북한과의 관계로 보나 중국이 쉽게 결정할 것으로는 보이지 않으며 이를 이해합니다.
나는 중국에 최혜국 대우를 연장해주도록 부시 대통령에게 조언했습니다.
중국이 잘못 변하면 그 자신도 불행해지겠지만 세계도 불안해 집니다.
나는 중국과의 점진적인 개선이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이렇게 외국에 나와보면 이제 우리도 체면을 좀 생각할때라고 느낍니다.
국내에서는 조그만 것을 갖고도 이것이 나쁘다,저것이 잘못됐다. 매일 시끄러운 것을 놓고 만나는 사람마다 한국사람들은 왜 그러느냐고 묻습니다.
우리도 스스로 위상을 높일 시기가 됐습니다.』<워싱턴=문창극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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