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거부땐 어떻게 되나] 재적 과반수 출석 3분의 2 찬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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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측근 비리 특검법안을 놓고 청와대와 야당의 신경전이 계속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16일 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해석될 만한 발언을 하자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정당한 절차를 거쳐 압도적 다수로 통과된 법안을 거부하는 것을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압박했다. 열린우리당은 "한나라당의 정략적 방탄 특검"이라며 "대통령으로서 당연히 재의를 요구하겠다는 뜻"(서영교 공보부실장)이라고 옹호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대변인 논평에서 '3분의2'라는 숫자를 강조했다.

朴대변인은 "국회에서 정당한 절차를 밟아 3분의2 이상의 찬성으로 통과시킨 법안을 무슨 이유로 거부할 수 있다는 것이냐"고 말했다. 민주당 유종필 대변인도 "재적의원 3분의2 이상이 찬성했고 국민 다수가 지지하는 특검을 빨리 수용하는 게 옳다"고 주장했다.

헌법 제53조 제4항은 '대통령의 재의 요구(거부권)가 있을 때는 재적의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의원 3분의2 이상 찬성으로 전과 같은 의결을 하면 그 법률안은 법률로서 확정된다'고 돼 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이를 돌파할 '출석의원 3분의2'를 채울 수 있을까. 1백49석을 가진 한나라당의 당론은 불변이다. 최병렬 대표는 이날 대통령의 발언을 전해 듣고 "비리가 드러날까 두려워 체면 불구하고 전전긍긍하는 盧대통령에게 측은함마저 느낀다"고 말했다. 변수는 역시 60석을 가진 민주당이다. 민주당은 지난 10일 표결 당시 한나라당과 공조한 데 대해 내부 비난이 이는 등 한때 홍역을 겪었다. 오는 28일 새 대표를 뽑는 전당대회 이후엔 지도부의 성격도 바뀐다.

그러나 숫자상으론 재의결 정족수를 채우는 데 별 문제가 없어 보인다. 이날 대표 경선 출마를 선언한 민주당 조순형 의원은 "특검이 가동되려면 최소한 40일은 소요되는 만큼 그때까지 검찰 수사를 마무리하면 된다"며 "본인 측근들에 대한 특검인데 대통령이 어떻게 거부하겠느냐"고 했다. 추미애 의원도 "방탄 특검의 성격이 있다 해도 특검법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다"며 "청와대 내부 시각만으로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옳지 않다"고 주장했다. 秋의원은 지난번 표결에는 불참했다.

특검에 부정적 입장이었던 민주당 의원들도 거부권 행사에는 반대하고 있다. 김경재 의원은 "의원 1백84명이 찬성한 법안에 거부권 운운하는 것은 말장난"이라고 비난했다. 특검 시기상조론을 폈던 김영환 정책위의장도 "거부권 행사는 민심을 악화시키고 대통령 자신에게 부담이 돌아갈 것"이라며 "정국 경색을 자초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민주당 내에선 "대통령의 거부권 시사가 민주당 내분을 노린 게 아니냐"는 경계론도 나온다.

박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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