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담배소송 패소 불구 금연운동 더 강화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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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국내 최초의 경우여서 더욱 관심을 끌어 온 '담배 소송'에서 법원은 원고 측인 폐암 환자와 가족들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흡연이 폐암 등을 일으킬 수 있다는 역학적 인과관계는 인정되지만 원고들의 질병이 곧 흡연으로 인한 것이라는 점을 증명할 수 없다는 것이다.

담배의 폐해야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지만 원고들이 살아온 환경과 생활방식, 병력 등이 같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에서 발병 원인을 흡연 때문이라고만 인정할 수 없었던 법원의 판단을 우리는 존중한다. 1심 판결이 나오기까지 재판부가 네 차례나 바뀌고 7년4개월이라는 시간이 걸린 것도 법원의 고심을 방증한다. 담배의 중독성 여부와 위험 고지 여부, 제조 및 표시 과정에서 결함이 있었는지 등의 제조물 책임(PL)법 적용 여부 역시 피고에게 책임을 묻지 않은 법원 판단도 유사 사건들에 대한 해외 판례와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이번 판결로 담배가 면죄부를 받을 수는 없다. 흡연은 말할 것도 없고 간접 흡연도 해롭다는 연구 결과는 상식이 된 지 오래다. 특히 흡연이 유발할 수 있는 폐암은 우리 국민의 암 발생 빈도 수에서 위암.대장암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질병이다. 게다가 청소년 흡연 인구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것은 더욱 심각한 문제다.

담배를 피우고 안 피우고는 개인의 선택이라고 방치할 수 없다. 담배가 많이 팔릴수록 국민 건강을 해치며, 국민의 건강보험 부담은 더 커진다. KT&G는 국민의 건강을 해침으로써 판매 수익을 올리는 모순적인 기업이다. 세수 확보를 위해 국민의 건강을 망치는 나라가 돼서는 안 된다. 외국의 경우 담뱃갑에 독극물 표시를 하거나 "흡연은 당신을 죽인다(kill)"는 강력한 경고 문구를 삽입하는 게 일반적이다. 국산 담뱃갑의 "건강을 해치는 담배, 그래도 피우시겠습니까" 정도의 문구로는 너무 부족하다. 금연을 위한 제도적 장치를 확대하고 홍보도 강화해야 한다. 특히 청소년의 담배 흡연을 막는 국가적 운동이 전개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