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쓰시타 저가 공세 한국 PDP '대략난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3면

한국 PDP 업체들이 LCD와의 제품 경쟁에서 밀려 위기를 맞고 있다. 일본의 PDP 세계 선두업체인 마쓰시타가 주도하는 가격 경쟁까지 몰아닥쳐 더욱 난감한 상황이다.

PDP 생산업체인 LG전자와 삼성SDI는 지난해 4분기 실적이 악화됐다. LG전자는 2002년 4월 GS와 분리한 뒤 처음으로 434억원의 영업 적자를 냈다. PDP 패널을 생산하는 디지털 디스플레이(DD) 부문에서 1467억원의 적자를 낸 탓이었다. 삼성SDI도 본사 기준으로 191억원의 적자를 냈다. LG전자의 PDP 모듈 판매량은 지난해 3분기 91만장에서 4분기 58만장으로 줄었다. 삼성SDI도 같은 기간 65만장에서 56만장으로 감소했다. 삼성전자가 미국 TV 시장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것과는 대조된다.

이는 PDP의 주력 시장인 40인치 대에서 LCD에 밀린 결과다.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전세계 PDP 매출은 199억 달러로 LCD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격차는 점점 더 벌어져 2010년에는 PDP 시장규모가 LCD의 4분의 1 이하로 떨어질 전망이다. 삼성전자.LG필립스LCD.샤프 등 LCD 생산업체들이 대규모 공장 증설을 통해 패널 가격을 PDP 수준까지 끌어내렸기 때문이다.

여기에 파나소닉 브랜드로 PDP 시장 선두를 굳게 지키는 마쓰시타의 공격적 마케팅도 한국 PDP 업체들을 위협한다. 마쓰시타는 지난해 11월 추수감사절에 때맞춰 미국에서 42인치 PDP TV를 999달러에 판매한 데 이어 최근에도 1200달러 이하의 저가 공세를 펼치고 있다. 마쓰시타는 2010년 매출 10조엔, 영업이익률 10% 달성을 목표로 11월 2800억엔을 투자해 42인치 기준 1200만장 규모의 새 공장 건설에 나섰다.

이에 비해 국내 업체들은 차세대 투자에 주저한다. LG전자는 원래 4분기 가동 예정인 A3-3 라인 이후의 증설 계획을 연기했다. 삼성SDI도 내년 말까지 건설하기로 했던 5라인의 운영 계획을 재검토하기 시작했다. 50인치급 차세대 패널에서마저 LCD나 마쓰시타에 밀릴 경우 재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55인치급 TV에서는 PDP가 400만원 선으로 LCD보다 100만원 정도 싸다. 그러나 삼성전자 등이 잇달아 8세대 LCD 투자에 나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업계에서는 LCD로 주력 품목을 바꿀 수 있는 LG전자보다는 PDP에 집중하는 삼성SDI가 좀 더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정화 삼성SDI 부사장은 "5월부터 가동되는 50인치 전용 4라인에서 풀HD 패널 양산이 시작되면 40인치대 풀HD LCD보다 낮은 가격에 공급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연간 PDP 패널 출하량은 지난해보다 61% 늘어난 370만장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김창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