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의 개척자 춘사 나운규 일대기 조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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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한국영화의 개척자인 영화감독 춘사 나운규의 일대기가 TV드라마로 조명된다.
MBC-TV는 일제시대 어려운 환경에서도 한국초기 영화의 기틀을 마련한 『춘사 나운규』(극본 김광림·연출 이은규)를 8·15특집으로 제작, 방송한다. 나운규는 신채호·정약용·김정희 등 우리민족혼을 지킨 인물들을 대상으로 MBC-TV가 연속 제작하고있는 「한국인 재발견 시리즈」의 8번째 주인공.
독립운동·북간도로의 탈출·참담한 실연·영화감독·배우로의 투신 등 파란 만장한 나운규의 생애를 재현할 주인공역은 최근 드라마에만 전념키로 한 이덕화가 맡았다.
이 드라마는 36세로 요절하기까지 13년 동안 29편의 영화를 제작하는 젊은 예술가의 혼을 그려나가는데 초점을 맞추면서 민족주의·계몽주의와 예술적 창작 사이의 고뇌, 20∼30년대 영화·연예계의 현실 등을 묘사해보겠다는 것이 제작의도다.
이에 따라 MBC는 초기 무성영화· 유랑극단 등 옛날 분위기를 살러내기 위해 영화 『장군의 아들』, 대하드라마 『여명의 눈동자』에서 사용됐던 무대 세트를 이용하고 무성영화용 카메라 등을 자체 제작했다.
이 드라마를 통해 유랑극단과 신파조 영화가 일제에 억눌린 우리민족의 한을 달래주던 당시 몽타주 기법 등을 사용한 리얼리즘 영화 『아리랑』 등을 만들어 우리영화의 격을 한층 높여주었던 나운규의 작품세계도 엿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연예인들의 정신적지주인 나운규의 생애를 그리는 이 드라마제작에는 최불암(극장 단성사 사장역), 김용건(영화감독 윤백남 역), 김무생(나운규 아버지 역), 송나영 (윤마리아 역) 등을 포함해 국립극단 배우 박상규씨(배우 윤봉춘역)까지 참여, 작품의 무게를 더해 주고 있다. <채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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