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 민족의 4천년 변천문화 "생생"|미사리 선사유적지 발굴 유물의 특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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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미사리 선사유적지에서 신석기시대∼삼국시대 초기에 이르는 주거지 29개가 발굴됐다(본지 26일자 22면 보도).
발굴조사가 실시된 지역은 경기도 하남시 미사동 166일대로 61년이래 우리 나라 선사시대의 중요유적이 자리한 지역으로 알려진 곳.
이번 발굴에서 가장 주목되는 것은 신석기시대에서 초기 삼국시대에 이르는 각종 주거지의 우물이 한 지역에서 함께 발견됐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학계에서는 신석기·청동기·초기 철기 등의 문화는 서로 다른 종족이나 문화집단이 전쟁이나 긴 세월의 격차를 겪으면서 획을 긋듯이 나타나는 것으로 인식돼 왔었다.
그러나 이번 발굴결과에 따르면 9만7천여 평방m의 좁은 지역에서 다양한 형태의 문화가 층위를 이루고 있음이 밝혀져 동일한 집단이 4천여 년의 세월을 겪으면서 다양한 문화변천과정을 겪었다는 사실의 주장이 가능케 됐다는 것이다.
이같이 한 지역에서 여러 시대의 문화유적이 층위를 이뤄 겹쳐진 채 발굴된 예가 국내에서는 최초여서 발굴단 측이 발굴초기 혼란을 겪기도 했었다는 것이다.
이 지역에 이같이 다양한 문화유적이 발굴될 수 있었던 입지적 조건은 전면에 한강이 흐르고 있으며 주거지를 중심으로 뒤편에 비옥하고 넓은 평야가 위치한 것 등이라고 조사단은 밝히고 있다.
즉 신석기시대에는 출토유물에서 나타나듯 한강을 무대로 어로생활을 했으며 청동기시대에는 농경과 어로를 병행했다는 설명이다.
이와 함께 그 동안 청동기 후기시대에만 출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던 흑도가 청동기 중기의 주거지에서 발굴된 것도 수확으로 지적된다.
즉 청동기시대의 토기편년에 새로운 시각과 지평을 제공해준 계기가 된 셈이기 때문이다.
서울대·고대·성대 등 서울 시내 6개 대가 공동으로 펼치는 이번 발굴조사는 다양한 시대의 문화유적이 한 장소에서 층위를 이루며 발굴된 점에 중시, 그 동안의 발굴조사결과를 토대로 학계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장기적으로 진행되어야 한다는 것이 학계의 일반적인 바람이다. <김우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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