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대통령 TV 연설 반론권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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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의 2007년 신년연설은 23일 오후 10시부터 1시간 동안 진행됐다. 야당의 반론은 없었다. 반면 23일 오후 9시(미국시간)부터 시작된 미국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국정연설(50여 분)이 끝난 뒤에는 야당인 민주당 소속 짐 웹 상원의원의 반론이 10분간 이어졌다. 두 행사 모두 TV로 생중계됐다.

국정연설 등 TV로 중계되는 대통령의 주요 회견에 야당의 반론권을 제공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한양대 이민웅(신문방송학) 교수는 "노 대통령이 23일 연설에서 야당이 동의할 수 없는 상황인식과 논쟁적 사안을 내놓았다"며 "대통령의 연설 시간에 상응하는 주요 시간대에 반론의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 대통령은 올해 들어서만 개헌 관련 특별담화(9일), 개헌 관련 기자간담회(11일)에 이어 23일 국정연설까지 세 차례에 걸쳐 TV에 나와 국정 운영 방향을 밝혔으나 이를 비판하는 야당의 입장은 TV 중계 과정에 포함되지 않았다.

<관계기사 4면>

미국에서는 전통적으로 야당의 반론권을 인정하고 있다. 1966년 린든 존슨 대통령 시절 처음 도입됐다. 대통령의 주례(매주 토요일) 라디오 연설에서도 대통령과 같은 분량인 3~5분가량 반론이 보장된다.

대통령의 회견을 방송 3사가 공동 중계하는 편성 관행에 대한 논란도 일고 있다. 대통령의 연설이라고 지상파 방송사가 똑같이 중계할 필요가 있느냐는 비판이다.

한림대 유재천(신문방송학) 교수는 "국정연설은 대(對)국민회견이라 뉴스성이 강한 기자회견과 성격이 다르다"며 "국가 기간방송인 KBS에서 중계해도 문제가 없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경우 대통령의 일반 연설은 TV로 생중계된다는 보장이 없다. 1995년 4월 빌 클린턴 대통령이 복지정책에 대해 연설을 했을 때 3대 메이저 방송 중 CBS만 중계했다. 이민웅 교수는 "방송 3사가 똑같이 대통령의 연설을 중계하는 건 시청자의 채널 선택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워싱턴=이상일 특파원,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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