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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자금」 끝내 못 밝혀 아쉬움|24일 구형 앞둔 「수서」 재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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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6공 최대 의혹 사건으로 일컬어지고 있는 수서 지구 택지 특별 분양 사건과 관련, 구속 기소된 관련 피고인 9명에 대한 5차 공판이 24일 서울 형사지법 대법정에서 열려 구형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진행된 수서 공판에서는 검찰과 변호인측의 치열한 법정 공방과 증인들의 증언이 대부분 마무리됐기 때문에 5차 공판에서는 변호인이 신청한 박세직 전 서울시장·이상희 전 건설부장관 등에 대한 증언이 끝나는 대로 곧 바로 결심될 전망.
◇법정 공방=수서 공판은 ▲청와대 개입 여부 ▲한보그룹 비자금 규모 ▲제3의 뇌물수수 의원 등이 공판 과정에서 밝혀질지 모른다는 국민의 관심과 기대 속에 4월29일 첫 공판이 열렸다.
그러나 당초 기대와는 달리 피고인들의 「폭탄성」 진술이 없는 데다 공소 사실 자체가 비교적 단순해 건설업자와 공무원간의 뇌물 수수 사건 수준을 맴돌았다.
이에 따라 검찰과 피고인·변호인간의 최대 쟁점은 오고간 12억2천만원에 대한 법률적 성격에 모아졌다.
검찰은 1차 공판에서 4억6천만원으로 수뢰액이 큰 이원배 의원으로부터 직접 신문을 벌여 『돈을 받았다』는 시인을 얻었다.
이 의원은 금품수수 사실과 함께 『이중 2억원은 당비로 전달했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이어 이태섭·오용운·김동주·김태식 의원으로부터도 『돈을 받았다』는 진술을 어렵지 않게 받아냈다.
그러나 이들은 변호인 반대 신문을 통해 한결같이 『정치 자금·후원금을 받았다』고 주장, 『공갈죄나 뇌물죄가 될 수 없다』고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 했던 수서 공판은 전 청와대비서관 장병조 피고인이 자신의 공소 사실을 전면 부인, 약간의 파란이 일었다.
장 피고인은 『구속을 피할 수 없다고 판단, 허위 진술을 한 것』이라며 『수서와 관련해 단 한푼의 돈도 받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게다가 정태수 피고인마저 장 피고인에 대한 증인 진술을 『괴롭다』며 거부, 일부에서는 『장 피고인이 청와대로 튀는 불똥을 막기 위해 십자가를 진 것』이라는 의혹이 일기도 했다.
4차 공판에 검찰측 증인으로 나온 장 피고인의 처남 지길정씨도 『수뢰액을 건네 받았다는 장씨 부탁을 받고 허위 진술을 하고 가명 계좌를 개설, 증거를 조작했다』며 장 피고인 진술을 뒷받침했다.
◇전망=검찰은 국회상공위 뇌물 외유 사건 및 대법원 판례 등에 비추어 뇌물죄 구성 요건이 포괄적인 직무 관련성만을 필요로 하고 있고 수서 청원 접수 시기 및 금품수수 시기, 의원 활동 등과의 상호 연관성에 비추어 유죄 입증에 자신감을 갖고 있다.
특가법상 뇌물 수수에 대한 법정형은 5천만원 이상은 징역 10년 이상에서 무기까지, 1천만원 이상은 징역 5년 이상이다.
이에 따라 검찰 주변에서는 뇌물액이 2억원 이상인 이원배·이태섭 의원과 장병조 피고인에게는 징역 10∼12년, 오용운·김동주 의원과 이규황 피고인에게는 5년 정도의 구형이 내러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 공갈죄가 적용된 김태식 의원의 경우 법정형이 징역 10년 이하로 돼있으나 다른 의원과의 형평을 고려, 5년 정도의 구형이 예상된다.
한편 정태수 피고인의 경우 뇌물 공여자에 대한 통상적인 처리 경향·고령 등을 감안, 징역 5년 정도가 구형되고 선고 때 집행유예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권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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