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시론

'코리안 드림' 만들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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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쿠빌라이 칸의 원나라, 쇼팽과 피카소의 프랑스, 아인슈타인의 미국은 모두 당시 세계의 인재들을 빨아들이는 강력한 흡입력을 가지고 있었다. 자고로 인류의 두뇌들은 열려 있는 사회, 뛰어난 재원들과 경합할 수 있는 사회를 향해 구름처럼 몰려들었던 것이다.

21세기에 세계적으로 진행되는 경쟁은 해외 자본 유치의 경쟁일 뿐 아니라 해외 두뇌 유치의 경쟁이기도 하다. 미국의 세계적 리더십의 가장 핵심적인 근원 중 하나는 각 대륙의 가장 똑똑한 젊은이들을 데려다 이들의 브레인 파워를 효과적으로 활용한다는 데 있다. 한국도 이제는 발상의 전환을 통해 진취적이고 적극적으로 미래를 준비해야 할 것이다.

브레인을 유출시키는가, 끌어들이는가는 그 사회의 미래를 결정한다. 아이티나 자메이카 같은 나라는 대졸자 중 80%를 외국에 빼앗겼다. 러시아와 동구의 많은 두뇌들은 이미 대거 서구로 빠져나갔다. 반면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에는 각 분야의 엘리트들이 세계에서 몰려든다. 한때 후진국이었던 아일랜드는 개방적인 이민정책으로 인재들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였고 그 결과 이제는 유럽연합에서 룩셈부르크 다음으로 경제 성장률이 높은 나라가 됐다.

그동안 우리는 '단군의 자손'이 해외에 나가 국제무대에서 명성을 떨치는 모습에 흥분하고 자랑스러워했다. 그러나 이제는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세계의 훌륭한 인재들이 서울로 몰려들도록 하는 체계적인 계획을 세워야 한다.

이미 한국의 노동 현장에는 수많은 외국인이 들어와 있고, 국제결혼을 통한 인종적.문화적 다양성의 확산도 엄연한 현실이다. 하지만 당장의 경제적 수요와 사회적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한 일시적 대책은 미국의 흑백갈등이나 프랑스의 이민자 소요사태에서 볼 수 있듯이 심각한 미래의 문제를 잉태할 뿐이다. 인간은 저렴하게 데려다 쓰고 다시 내버릴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외국의 경험과 역사에서 우리가 배울 수 있는 교훈은 문화적 동질성의 확보가 성공적인 이민정책의 핵심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보다 장기적이고 적극적인 시각에서 인구의 변화, 고령화의 속도와 추세, 경제 구조의 전환, 사회 문화적 수용 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이민 정책이 절실하다고 하겠다. 출산 장려 정책과 함께 이러한 적극적인 이민 정책이 뚜렷한 목적과 청사진을 갖고 추진될 때 비로소 한국은 21세기 국제경쟁에서 생존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일례로 중국이나 동남아에는 부지런하고 의기 충만한 우수한 젊은이들이 넘쳐난다. 성공에 굶주린 이들에게 한국에서 일정 고등교육과정을 이수하면 거주하고 노동할 수 있는 특혜를 부여한다든지, 고급 인력에는 한국 이민의 조건으로 높은 수준의 한국어 시험 합격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통해 한류와 같은 일시적 문화 현상을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코리안 드림으로 승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율과 최고 수준의 고령화 속도의 21세기 대한민국은 새로운 피, 젊은 피를 수혈해야 한다. 우리는 이러한 한국의 미래에 대해 한바탕 커다란 토론의 장을 마련해야 한다. 과거를 중시하는 혈통 중심의 정체성 속에서 소멸해 갈 것인가. 아니면 미래를 지향하고 다양성을 힘으로 키우는 개방적인 사회를 만들어 나갈 것인가.

조홍식 숭실대 교수·정치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