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농성에 보수신도들 염증/명동성당측 재야 철수요구 배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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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두차례 철수시한 넘기자 불쾌감/국민회의측 신변정리싸고 고심/정의사제단선 반발… 내분유발 우려
한달을 넘긴 명동성당사태는 성당측이 국민회의와 강기훈씨(27)의 즉각철수를 요구한데 이어 명동성당 사목회·천주교서울대교구평신도사도직협의회(평협) 등 신도들이 같은 입장을 밝힘으로써 막바지 고비를 맞고 있다.
특히 명동성당 사목회는 철수시한을 22일 낮 12시로 못박고 철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야기되는 사태에 대해 책임질 수 없다고 경고,실력행사의 가능성까지 암시하고 있어 주목되고 있다.
이에 대해 강씨는 24일 오전까지 자진출두하겠다고 밝혀 일단 강씨 문제는 해결될 전망이나 국민회의측은 29일까지 농성을 계속하겠다고 버티고 있어 변수가 되고 있다.
이미 성당측은 20일 오후 국민회의와 강씨가 15,20일 등 두차례의 철수시한을 어긴데 대해 불쾌감과 함께 이후로는 「대화」보다 「압력」을 사태해결의 수단으로 삼을 것임을 시사했었다.
이에 따라 21일 사목회가 농성사태 해결을 위해 긴급 소집됐고 같은날 정례모임인 평협상임위원회도 이 문제를 주요의제로 포함시켰다.
성당측과 두 신도단체 관계자들은 이같은 움직임이 오래전부터 예비된 것이었으나 성당측의 중재노력이 진행중이어서 유보돼 왔다고 밝히고 있다.
이날 두단체가 정리한 입장은 『성당은 더이상 정치활동의 무대가 될 수 없으며 따라서 즉각적인 철수를 위해 전체 가톨릭이 한목소리를 내야한다』는 것이 주요 줄거리.
특히 가톨릭의 「한목소리내기」 작업은 지금까지 정의평화위원회·정의구현 전국사제단의 상이한 접근방식이 외부에 공개된 이후 진지하게 검토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의 입장통일노력은 20일 오후 경갑실 수석보좌신부가 성당구내에 경찰병력을 불러들여 사실상 경찰상주를 허용한 조치에 대해서도 예상과는 달리 가톨릭 내부의 반발이 밖으로 터져나오지 않은 것으로도 잘 알 수 있다.
대화보다는 압력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입장을 굳힌 경신부는 이날 두 단체의 회의에 모두 참석해 장기간의 점거농성이 교회관리자로서 더이상 인내하기 힘든 지경에 이르렀음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회의는 성당의 평신도 단체들마저 노골적으로 압력을 가해오자 큰 곤경에 빠진 가운데 신변처리를 위한 구체적인 시기·방법을 놓고 고민하고 있다.
강씨는 24일 검찰에 자진출두키로 한후 모잡지사로부터 청탁받은 원고와 자신의 운동관,양심의 결백을 밝히는 글을 쓰는 등 신병정리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정의구현 전국사제단과 천주교 사회운동협의회(천사협)에서는 경신부를 중심으로한 성당측의 이같은 움직임을 「비이성적·비종교적인 행동」으로 규정하고 정면대응키로 결정,자칫 가톨릭의 내분으로 번질 가능성도 있다.
사제단등에서는 사목회와 평협이 보수적인 입장을 가진 소수신자들의 모임일뿐이며 전체 가톨릭을 대변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천사협은 지난달 30일 강씨가 김추기경에게 보낸 결백호소 편지가 추기경에게 전달되기도 전에 사본이 검찰측에 의해 입수되는 등 지금까지 중재역을 해온 가톨릭내 인사들의 불순한 동기가 드러났다고 폭로했었다.
한마디로 말해 김추기경이 「인의 장막」에 싸여 사태의 본질과 진상을 정확히 보고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이들 단체의 주장이다.
사태의 해결을 위해 가톨릭내 여러 단체들이 행동에 나서자 지금까지 공권력 투입문제로 고민해 오던 검·경찰은 한걸음 후퇴해 가톨릭단체들의 갈등을 지켜보면서 자신들의 부담을 덜어줄 것으로 기대,내심 환영하는 분위기다.
이에 따라 경찰은 성당의 자체적인 사태해결노력을 지켜보면서 당분간 공권력 투입은 유보할 것으로 보인다.<이하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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