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 온 아들이 준 행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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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야아, 오늘 저녁 메뉴가 참 좋구나. 너 외박 좀 자주 오거라. 덕택에 아빠도 포식 좀 자주 하게 말이야. 너희 엄마는 너 나올 때까지는 시장 보러갈 생각도 안한단다.』
한달에 한번 꼴로 부대에서 외박을 나오는 큰아들에게 남편이 던지는 농담 섞인 말 한마디에 온 식구가 웃음꽃을 피운다.
참으로 얼마만에 온 식구가 한자리에 모여 앉았는가. 나는 저녁 식탁에 가득한 행복감을 느낀다.
큰애를 처음 논산 훈련소에 보내놓고 얼마나 가슴 조이며 불안해했었나. 식사 때마다 비어있는 큰애 자리가 눈에 들어와 밥이 목에 걸린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고, 큰애 방을 청소하면서 책상 위에 놓인 그애 사진을 마주하곤 울음을 터뜨린 날도 많았었다.
하지만 세월이 약이라던가. 어엿한 군인의 모습으로 휴가를 나오는 아들을 보며 이제 나는 불안함보다 대견한 마음이 가슴 뿌듯하다.
자신보다 어려운 환경에 처한 군 동료들과의 대화를 통해 역경을 이겨내는 꿋꿋함을 배우는 모습도 보이고, 규칙적인 군 생활을 통해 정해진 시간을 철저히 지키는 습관도 몸에 밴 듯하다. 학교 강의 시간이 다 돼서야 엄마의 야단에 허둥지둥 일어나던 아이가 어찌나 훈련이 몸에 뱄는지 잠든 모습을 살피려 잠깐 문만 열어도 벌떡 일어난다.
「아뿔사, 괜히 문을 열어보아서 곤히 단잠 자는 아이를 깨웠구나」하고 후회를 해보지만 한달 만에야 잠깐씩 얼굴을 마주 대하는 아들이라 잠든 모습만이라도 한번 더 보고싶은 것이 이 엄마의 마음인데 어찌할까.
큰애방 문을 살며시 닫고 다음으로 둘째, 셋째아이의 방문도 차례로 열어본다.
한밤중에 식구들이 편안히 잠든 모습을 확인하며 비로소 느끼는 엄마의 행복…. 내겐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것이다. <서울 방배3동 소라 아파트 다동 70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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