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의 운동권 학생이 학원 장악"|노 태동령-30개대 총장간담회 요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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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노태우 대통령은 18일 낮 서울대·고대·연대 등 대학총장 30명을 청와대로 초청, 오찬을 함께 하며 학원문제에 관해 의견을 교환했다.
다음은 대화 요지.
▲박영식 연세대총장=교수가 교내에서 폭행 당하고, 사진이 밟히고, 총리가 폭행 당하는 등 대학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 학생들은 총장이 허가하지 않아도, 또 학교에 의사타진도 없이 학내에서 집회를 갖고 교정을 짓밟고 있다. 대학의 운동권은 1%에 불과하고 99%가 학업에 열중하고 있으나 이 1%가 학원을 장악하여 물리력을 행사하고 있는데 문제가 있다.
▲박홍 서강대 총장=1%의 운동권이 문제이나 이들의 공통점은 어릴 때부터 인간적 사랑이 결핍돼있고 모든 것을 한 단면만 보면서 목적을 위해 사는 어떤 수단도 정당화하려 하고 있다. 김일성 주체사상이나 마르크스-레닌 사상 등 세계적으로 퇴물이 되고 있는 것을 읽고 목숨까지 바치는 광신자가 되어 있다.
다행히 최근 대학뿐만 아니라 학부모·언론 등 사회전체에 이 문제를 치유하려는 공감대가 이루어지고 있다.
한가지 건의를 드리면 정부는 총장·교수·학생 등 되도록 많은 사람들이 북한을 가보도록 길을 터 주어야 할 것이다. 어둠의 세계가 어떠한 것인지 그들 눈으로 보게 해야 할 것이다.
▲노 대통령=학생들을 북한에 과감히 보내는 것을 나도 찬성하지만 북한이 공작적 차원에서 일부 학생들만 받아들이려 하는데 문제가 있지만 과감히 북한에 보내는 방안을 추진하겠다.
▲장을병 성균관대총장=김귀정양 사건 때 중재에 나서면서 학생들이 화염병을 스스로 제거하지 않으면 앞장서지 않겠다고 했었다. 젊은 세대와 기성세대, 그리고 정부와 학생간 불신의 벽을 실감하기도 했다. 1%의 운동권을 내버려서는 안되며 정부도 이들과의 대화에 인색치 말아야 하겠다. 내가 총장에 취임한 것 자체가 민주화의 가시화를 증명하고 있다. 그렇지만 정부는 더욱 민주화를 가시화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노 대통령=민주화를 가속화해 달라는 사람보다는 너무 급속하다며 점진적으로 해 달라는 국민의 수가 더 많다. 그렇지만 나는 민주화는 가속화해야 한다는 철학을 갖고 있다. 이제 폭력은 안 된다는 국민의 공감대가 생긴 만큼 학원문제를 해결하는 전기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김희집 고려대 총장=고려대학은 재작년까지는 시위 등으로 소연했으나 작년과 올해는 아주 조용하다. 동문들이 학원사대 개선에 나서고 교수가 움직이고 학부모가 동참하고 주민들까지 나서고 있어 사대가 나아지고 있다.
▲노 대통령=치맛바람이라는 말이 말해주듯 초·중·고등학교까지는 관심을 가져오다 대학에 만들어 가면 무관심해지는 측면이 있다. 대학문제의 해결에 학부모들의 동참이 바람직하다.
▲윤형섭 교육부장관=교수들이 운동권학생이 극소수라고 말하고 있는데는 동감하나 극소수이니 위험하지 않다는데는 동감하지 않는다. 병균이 아무리 적어도 저항력 없는 몸에 들어가면 치명적이 될 수도 있다. 대학이 소수의 운동권으로 인해 위기로까지 가지 않게 대학 스스로 경각심을 갖고 대처해야 할 것이다.
▲현승종 한림대총장=교육에서 스승의 교권확립이 기본이며 모든 교육자들도 교권이 무너졌다는 데는 공동의 인식을 갖고 있다. 외국어대사건 등이 우리 교육의 일그러진 모습을 단적으로 말해주는 것이다.
▲조완규 서울대총장=6·29선언이후 제적생 1천명이상이 복교하여 이들로 인해 대학이 혁명 기지화하는 것이 아닌가 걱정했으나 다행히 이들 학생들이 발붙일 바탕이 없어져 전체적으로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아침6시만 되면 도서관에 자리가 없을 정도다. 대학은 자율이 문제인데 한때 일부 교수들이 징계를 기피하려는 경향도 있어 어려움이 컸었다. 정부는 교육투자를 점진적이 아닌 혁명적으로 하여 대학다운 대학으로 만들어야 우리 교육이 발전할 수 있다.
▲노 대통령=세계의 많은 지도자들을 만나보니, 오히려 갈등과 문제가 있는 나라가 발전을 하고 있다. 나는 모든 문제를 녹이는 용광로라고 생각하고 인내와 포용으로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해왔다. 그래서 약한 대통령, 물 대통령이라는 소리도 들었으나 나라 전체는 발전적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으며 운동권학생문제도 시간이 문제이나 해결되리라고 생각한다. <김현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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