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족<공무원 시험 준비생> 속타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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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대학 졸업 후 2년째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공시족(공무원 시험 준비생)' 유태경(26)씨. 원서 접수 중인 9급 세무직에 응시했지만 마음이 편치 않다. 올해 9급 세무직 선발 인원은 390여명으로 지난해 두 차례 984명의 절반도 되지 않기 때문이다. 지원자는 오히려 늘었다. 그는 "뽑는 인원은 줄고 합격선은 올라가고, 맥이 빠진다"고 말했다.

올해 공무원.공기업의 채용문이 좁아지면서 공시족들의 시름이 커졌다. 정부가 올해 공채하는 국가공무원은 3866명으로 지난해보다 8.5% 줄었다. 특히 7급 국가직 채용은 645명으로 35%나 감소했다. 반면 공무원이 되고픈 이들은 늘어만 간다. 지난해 국가직 9급 시험 지원자는 18만7562명으로 전년 대비 8700여 명 늘었다. 올해는 7급 시험 경쟁률이 치열해져 7급 수험생이 9급 시험으로 하향지원하는 추세도 뚜렷할 전망이다. 올 하반기부터 국가유공자 가산점이 10%에서 5%로 대폭 축소되는 것도 경쟁률을 더 높이는 요인이다. 공무원 고시학원 이그잼의 노성태 수험전략실장은 "지원자가 몰리는 9급 일반행정직 모집도 지난해보다 230여 명 줄어 수험생들이 어느 직렬에 지원할 지 갈팡질팡한다"고 전했다.

공기업 취업예비생들도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취업포털 인크루트(www.incruit.com)가 공기업 44곳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올해 채용계획을 확정한 28곳이 총 2058명을 뽑겠다고 응답했다. 지난해 채용인원(2243명)보다 8.2% 적다. 다음달 졸업을 앞두고 공기업 입사 준비에 매달리는 김선남(26)씨는 이 소식에 우울해했다. 그는 "경쟁이 너무 치열해 토익 점수 950점(990점 만점)이 넘지 못하면 서류 통과도 힘들 지경"이라고 말했다.

경쟁률이 높아질수록 치밀한 전략이 필요하다. 공무원 고시도 직렬.지역별 경쟁률이 천차만별이고, 지난해 공기업 경쟁률도 543대 1부터 9대 1까지 다양했다. 인크루트 이광석 대표는 "최근 몇년 간 경쟁률 추이를 살펴 원서 접수를 해야 한다"며 "전공지식이나 어학성적 같은 기본 사항은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임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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