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떠난 여 위원장의 항변/정용백기자 특별취재반(취재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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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광역의회 투표일을 사흘앞둔 17일 오전 9시 부산시 중1동 해운대예식장에서는 민주당을 떠나 민자당에 입당할 수 밖에 없었다는 전민주당 해운대지구당 간부들의 민자당 입당 기자회견이 열렸다. 해운대는 다름아닌 민주당 이기택 총재의 지역구.
『우리는 긴세월동안 야당에 몸담아 오면서 군부독재정권에 맞서 힘껏 투쟁해 왔습니다.』 소수 야당에서 거대 여당 민자당 입당이 가슴벅찬듯 성명서를 읽어내려가는 전민주당 해운대지구 부위원장 정천호씨(54)의 목소리는 떨렸다.
한소수교,남북간 UN가입 등 국제정세는 급변하고 있는데 야당은 60년대 사고방식에 젖어 반대를 위한 반대,야당끼리의 분열·선동만을 일삼아 사회불안을 가중시키고 있습니다.
지난 3월 민주당을 등에 업고 해운대구 반여1동 기초의회에 출마했다가 낙선하기도 한 정씨는 언제 노태우·6공을 비난했느냐는듯 충실한 골수여당이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우리지역 사정을 돌아봅시다. 해운대 구민이 6선이나 뽑아준 이기택 총재는 당선만되면 서울로 올라가 1년에 한두번 내려오는 것이 고작입니다.
그러다 보니 지역발전은 물론 주민의 아픔과 고통이 무엇인지 알리가 있겠습니까. 지구당을 사당화하고 기껏 한다는 것이 지조없는 행동으로 당선시켜준 유권자의 자존심만 짓밟아 놓았습니다.』
이기택 총재가 지구당 단합대회를 열기로한 이날을 골라 열린 탈당회견장을 바로전까지 그들이 당수로 받들던 이총재 성토장이었다.
기초의회 낙선뒤 이미 민자당 해운대지구 부위원장으로 변신한 정씨는 2천3백여명의 입당원서가 자랑스러워 보이는듯 들춰 보이며 민자당 입당이유를 다시 한번 설명했다.
5공때까지는 군부독재가 살아 있었으나 이제 이런 독재정치가 없어져 야당인으로 투쟁할 가치가 없어졌다는 것과 「부산이 낳은 지도자」 김영삼 대표최고위원을 밀어 지역발전을 가져오자는 것이었다.
중2동 동책 김정건씨(39)의 결의문 낭독까지 10분만에 행사가 끝나자 동원된듯한 5백여명의 주부들은 인솔자의 안내로 20∼30명씩 식당으로 흩어졌다.
『민주당은 우리들을 너무 소홀히 대해 왔습니다. 경조사때 전화한번 안한 것은 물론 진정 한건 해결 안됐습니다.』 예식장을 빠져나가면서 내뱉은 부녀책 황모씨(여·38)의 원망이 몇년 못가 되풀이 되지않을까 걱정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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