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서울·수도권 '전세대란' 기우였나

중앙일보

입력

서울·수도권 전세시장이 잠잠하다.

올해 입주물량이 크게 줄어 '전세대란'이 우려된다는 전문가들의 당초 전망과 달리 대부분 지역에서 전세 거래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 겨울방학때면 어김없이 명문학군 전세수요가 몰렸던 대치동, 목동 등 인기지역도 약보합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부동산 시장에서는 쏟아졌던 전세대란 전망이 기우였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2∼3월 봄이사철, 청약가점제 등 전세 가격 상승 요인이 여전히 남아 있지만 전세대란을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는 풀이다.

◇전셋값 약보합 행진=22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주 서울.수도권 아파트 전셋값은 0.1% 안팎의 주간변동률을 기록했다. 그나마 명문학군 전세수요에게 가장 인기가 많은 강남(0.06%)의 전셋값 변동률은 서울 평균(0.11%)의 절반 수준에 그쳤고, 양천구는 전주 대비 변동이 없었다.

강남 대치동 은마아파트의 경우 싸늘해진 전세시장 분위기를 실감하고 있다. 예년같으면 방학 시작과 동시에 불티나게 거래됐던 전세물건이 한달 넘게 나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물건이 쌓이면서 전셋값은 1000만∼3000만원 정도 하락했다. 31평형은 2억4000만원선, 34평형은 3억2000만원선에 전세시세가 형성돼 있다.

목동도 마찬가지다. 지난해말 3억5000만원선이던 35평형 전셋값이 현재는 2억9000만원으로 하락했다. 27평형은 2억원에서 1억7000만원으로 떨어졌다.

전세물건이 귀한 마포구도 수요가 끊겼다. 지난해 가을 쌍춘년 신혼부부 수요가 몰려 초강세였던 전셋값은 올들어 1000만∼2000만원 정도 내렸다.

◇전세거래 실종 '왜'=최근 전세시장이 약보합세를 보이는 것은 전세물건이 늘었다기보다 신규 전세수요가 줄었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전세물건 수는 비슷하지만 지난해 급증했던 쌍춘년 결혼 수요가 점점 줄고 있다는 것.

지난해 가을 이후 매매값과 전셋값이 동반 급등하면서 기존 전세계약을 연장하려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과 무리해서 내집마련에 나선 사람이 많다는 것도 같은 해석이다.

광역학군제가 추진되고 있는데다 내년부터 내신성적 비중이 높아지는 등 입시환경이 바뀌면서 명문학군 선호도가 눈에 띄게 떨어지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스피드뱅크 박원갑 소장은 "신학기 학군 수요는 이미 전세계약을 마쳤어야 할 시점이지만 올 겨울방학 전세시장 상황은 예년과 완전히 다르다"며 "내신 문제 때문에 앞으로 명문학교 주변 학군 전세수요가 사라질 가능성도 크다"고 말했다.

◇2∼3월 봄 이사철이 분수령=그렇다면 최근의 전세시장 안정세는 언제까지 이어질까. 전문가들은 오는 2∼3월 봄 이사철이 시작돼야 전세시장 판도를 정확히 알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건설산업전략연구소 김선덕 소장은 "겨울방학 학군수요가 몰리는 것은 일부 지역에 국한됐던 현상일 뿐 원래 봄 이사수요는 2∼3월에 움직인다"며 "설연휴 전후가 전세시장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전세대란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는게 중론이다. △입주물량 감소 △청약가점제 시행 △세금 인상분 전.월셋값에 전가 등 전세 가격 불안 요인이 남아 있지만 일시적으로 소폭 상승하다 다시 안정세를 찾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세중코리아 김학권 사장은 "전세계약이 많지 않은 홀수해라는 점, 학군수요가 대폭 줄었다는 점, 전세수요 상당수가 지난해 가을 내집을 마련했다는 점 등을 감안할 때 전셋값이 큰 폭으로 오르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머니투데이]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