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무의 중요성 일깨운 춤 무대-국립발레단 공연 『돈 키호테』를 보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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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한국 무용수들이 발레공연을 이렇게 잘 해낼 수 있으리라고는 미처 상상도 못했다.』
13일 막이 오른 국립발레단(단장 임성남)의 『돈 키호테』전막공연 (17일까지·국립극장대극장)을 본 관객과 무용관계자들의 한결같은 평가다.
지금까지 어설픈 발레공연이 거듭될 때마다 『한국인은 대체로 키가 작은 편이며 다리도 짧고 굵은 신체조건 등 때문에 발레란 애당초 한국 무용수들이 제대로 해낼 수 없는 분야일 것』이란 얘기까지 종종 나돌았던 터에 이번 공연은 한국 발레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셈이다. 『돈 키호테』공연은 이 같은 찬사와 함께 서양식 공연예술의 수준을 본 궤도에 올려놓기 위한 문제점과 그 해결방안에 대해서도 많은 점을 인사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그 하나가 능력과 열성들 갖춘 외국 전문가 초빙. 국립발레단의 이번 공연을 위해 발레의 본고장 소련에서 볼쇼이발레단 안무자 마리나 콘드라체바를 초청해 40여일간 안무와 지도를 하도록 맡겼기 때문에 이번 공연이 성공적으로 이뤄졌다는 사실은 아무도 부인하지 않는다.
그 동안 하루 평균 몇시간씩 연습하는지 밝히기를 꺼리면서 『대충 몸은 푼다』던 무용수들이 이번 공연을 위해 하루 8시간씩 땀을 쏟으며 콘드라체바와 연습한 것으로 알려졌다.
무용수가 몸의 어느 부분을 어떻게 써야하는가를 제대로 아는 전문가가 안무와 지도를 맡아 세세한 부분까지 제대로 처리했기 때문에 대충 외국발레 흉내를 내는 식이던 종래 공연과 그 차이가 클 수밖에 없다고 무용관계자들은 말한다. 국내 발레공연이 대개 신통치 못한 심인은 무용수보다 안무·지도책임자에게 있다는 얘기가 된다. 지난 87년 일본인이시다 다네오가 안무·연출을 맡았던 『노트르담의 꼽추』를 비롯해 거의 예외 없이 외국의 수준급객원 안무자들이 초빙됐을 띠마다 국립발레단이 「제법 훌륭하다」는 평가를 받은 사실은 이를 뒷받침한다. 물론 언제까지 외국인 객원 안무자들에게만 매달릴 수는 없는 만큼 역량 있는 전문안무자를 길러내면서 그 공백기는 객원 안무자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두 번째는 국립교향악단 창단 문제. 국립교향악단이 KBS교향악단으로 바뀐 이래 국립발레단 뿐 아니라 국립오페라단·합창단 등 국립극장 산하 공연단체들은 민간교향악단인 코리아심퍼니오키스트라의 반주 및 협연으로 대규모 공연을 치르고 있다. 그러나 전속 오키스트라가 아닌 만큼 충분한 연습을 통해 호흡을 맞추기가 어려워 늘 곤란을 겪었다. 이번 공연에도 코리안심퍼니가 홍연택씨의 지휘로 연주했는데, 평소 세 차례뿐이던 오키스트라 반주연습을 이번엔 네 차례 한 뒤 공연을 시작했는데도 『춤과 음악이 아슬아슬하게 맞는다』는게 중론이다. 특히 오키스트라 피트를 충분히 내리지 않아 무대위로 불쑥 튀어나온 하프가 발레에서 특히 중요한 무용수들의 발동작을 제대로 볼 수 없게 가리는 난센스도 벌어졌다.
한편 여느 때보다 수준 높아진 무대장치·의상 역시 볼쇼이발레단 오쿠네브의 디자인솜씨에 힘입은 것으로 전해져 부문별 무대 전문인력 양성에도 좀더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돈 키호테』공연을 둘러싼 얘기들 가운데 가장 어처구니없는 것은 이번 공연이 종래 다른 공연보다 너무 뛰어날 경우 국립발레단 지도층의 무능이 드러날 것을 우려한 일부관계자가 있었고 그것이 공연반대 의사표시로까지 이어진 속좁은 모습이 있었다는 것이다.
국립발레단 지도층은 객원 안무가들을 과감히 초청, 우리발레를 위해 최선의 길을 가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 무용계의 바람이다. <김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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