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 중산층 지지 높고 클린턴 후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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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러리 의원의 최대 강점은 '힐러리'라는 정치적 브랜드 네임이다. 그는 미국의 퍼스트 레이디로 8년간 백악관을 지키면서 전통적인 영부인 내조에 머무르지 않고 적극적인 정치활동을 펼쳤다. 남편 클린턴 대통령이 성추문에 휩싸일 때마다 "남편을 믿는다"며 편을 들어 위기에서 벗어나게 만든 모습도 미국인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백악관을 떠난 뒤 6년간 뉴욕주 상원의원으로서도 그는 왕성한 의정활동을 펼쳤다. 선거 당시 힐러리는 선거자금 4000만 달러를 모은 뒤 뉴욕주의 63개 카운티를 빠짐없이 돌며 지지를 호소했다. 당시 공화당은 힐러리를 떨어뜨리기 위해 여성 후보를 내세우는 한편 선거자금을 7000만 달러나 뿌렸지만 결국 완패하고 말았다.

또 힐러리는 민주.공화 양당의 대권 후보군을 통틀어 가장 많은 1400만 달러의 선거자금을 확보해 놓고 있다. 예일대 법대 출신의 성공한 변호사로 중산층 여성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 점, 퇴임 후에도 여전히 높은 인기를 누리는 남편 클린턴의 후광도 정치적 자산이다.

그러나 약점도 많다. 이라크 전쟁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안보를 모르는' 여성에게 대통령을 맡기기는 불안하다는 보수층의 반발을 무시할 수 없다. 반면 진보계열은 힐러리가 2002년 부시 대통령의 이라크 파병안에 찬성표를 던진 점과 지금까지 그 입장을 철회하지 않는 점이 불만이다. 강력한 당내 경쟁자 배럭 오바마 상원의원은 이라크전 반대를 공개적으로 밝혔다. 다른 경쟁자 존 에드워즈 전 민주당 부통령 후보도 2002년 파병안에 찬성했던 결정이 잘못된 것이었다고 최근 인정했다. 따라서 힐러리는 당내 경선에서 이들과 이라크전을 놓고 힘겨운 싸움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그에게 열광하는 팬들 못지않게 '안티 힐러리'집단이 어느 후보보다 많다는 것도 약점이다. 이들은 힐러리가 극히 계산적이며, 정치적 성공을 위해 소신을 헌신짝처럼 내던지는 기회주의자라고 몰아붙인다. 9.11 테러로 국가안보가 국민의 관심사가 된 점을 의식해 이라크전에 찬성한 것, 백악관 생활이 끝나갈 무렵 아무런 연고가 없는 뉴욕에 갑자기 집을 사들여 선거 준비에 들어간 것 등을 들어서다. '안티 힐러리'의 숫자는 공화당은 물론 민주당 지지층에도 적지 않다.

워싱턴=이상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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