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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약·월권·도용… 말의 성찬/춤추는 유세장(광역 표밭을 가다:8)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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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그린벨트도 풀겠다”저마다 큰소리/“남북통일 성취”거창한 슬로건까지/전국차원의 분도·공항건설·도청유치 내걸어/착공했거나 계획중인 사업놓고 “내가 하겠다”
광역의회 유세장에 가보면 남북통일에서 그린벨트 해제까지 안되는 일이 없다. 후보들이 너나 할것 없이 유권자들의 관심을 끌기위해 허황된 공약을 들고 나온 탓이다. 개중에는 행정당국이 이미 계획했거나 시행중인 각종 사업을 자신의 공약으로 위장,선심공약을 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같은 현상은 선거때마다 나타나는 것이기는 하나 이번 광역의회 경우는 기초의회때와 달리 정당이 간여함으로써 후보들의 「말의 성찬」이 더욱 무성한 편. 대부분의 공약은 지역과 관련된 내용이나 일부 후보들은 국회차원에서나 거론함직한 문제까지 거론하는등 천태만상. 여기에 남북통일등 「공약성」공약이나 그린벨트 해제·공단유치등 「월권성」공약,이미 계획돼 있거나 진행중인 사업들에 대한 「도용성」공약등이 마구 쏟아져나오고 있다.<특별취재반>
◇공약성 공약=이번 선거에서 부쩍 늘어난 부분으로 후보들이 기존 공약들을 피하고 국민일반에 깔려있는 정치불신 풍조를 감안해 신선감을 주기위해 만들어낸 것들이 대부분.
때문에 구체적인 실천방안등의 뒷받침이 없어 오히려 유권자들의 정치에 대한 불신을 심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전주시 제1선거구의 김모후보(42)는 「낙후와 소외에 도전하는 지방화 시대의 참신한 인물」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면서 ▲민주화 성취와 문민정부수립 ▲지역갈등해소 ▲신뢰받는 도덕정치 구현등과 함께 평화적인 남북통일성취를 선거슬로건으로 내걸고 있다.
김후보는 이와 함께 전주시의 직할시 승격 및 전주 연초제조창이전등 10가지의 공약을 제시하고 있다.
○고속도 이전할터
춘천시 제1선거구의 이모후보(37)는 민주화를 위해 경찰중립화 및 백골단 해체를 공약으로 내걸었고 광주시 동구 제4선거구의 윤모후보(62)와 울산시 제3선거우의 권모후보(52),대전시 제5선거구 김모후보(39)등은 그린벨트 해제를 공약으로 제시했다.
대구시 수성구 제4선거구의 권모후보(58)도 선거구인 만촌·*산동등 개발제한구역 완화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그린벨트등 각종 규제에 대한 해제공약은 선거때마다 해당지역별로 빠짐없이 등장하는 단골메뉴로 후보들이 실현불가능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자신의 역량과시용으로 제시하는 것이 통례.
충북 충주시 제1선거구의 김모후보(55)는 11가지나 되는 무더기공약을 내걸면서 『중부문화권의 중심지인 충주를 전국제일의 문화도시로 만들기위해 문화부를 충주에 유치하겠다』고 기염을 토하고 있는가하면 충남 천안시 제1선거구의 윤모후보(49)는 시지역을 지나고 있는 경부고속도로를 외곽지역으로 옮기도록하겠다고 다짐하기도.
또 대구시 수성구 제1선거구의 이모후보(39)는 수성구의 인구가 급증하고있는 점에 착안,이를 적정선으로 고수하겠다고 공약.
이밖에 경기도 군포시 제2선거구에 출마한 김모후보(58)는 8가지 공약을 내걸면서 『장차 수원시가 직할시로 승격하면 도청을 군포에 유치하겠다』고 장담했다.
김후보는 금정∼안산간 전철을 지하철로 바꾸고 금정역에 경기선철도의 간이역을 유치하게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이는 이미 해당기관에서 검토결과 불가능한 것으로 결론이 내려진 것들이어서 확실한 「공약」이라는 것.
◇월권성 공약=비교적 실현성이 있어보이는 사항들이기는 하나 지방의회 차원이라기 보다는 중앙정부 또는 국회에서나 가능한 내용을 공약으로 들고 나오는 것은 주로 여당후보들이 자신이 중앙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인물임을 나타내기위해 끌어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근로자 세금감면
경기도 남양주군 제1선거구에서 민자당으로 출마해 무투표로 당선이 확정된 이광길 후보(50)는 경기도가 서울을 가운데 두고 남북으로 있으면서 도청등 기관이 남쪽에 몰려있어 한수이북주민들의 불편이 큰 점을 의식해 분도를 실현시키겠다고 공약한바 있다.
대구시 중구 제1선거구 송모후보(51)는 대구시내 중심지역의 교통문제해결과 함께 신국제공항건설을 공약으로 내걸었고 울산시 제3선거구 권모후보(52)는 시내중심가에 있는 공항을 이전토록 하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충남 온양시 제1선거구 김모후보(52)는 공설운동장 건립과 함께 대전에 있는 도청을 온양으로 유치하겠다고 나섰으며 경북도민의 숙원사업인 도청이전에 관해서는 구미시 제1선거구 문모후보(54)와 안동·경주에서 출마한 후보들이 각각 자기고장으로 유치하겠다고 기염.
강원도 춘천시 제1선거구 이모후보(37)는 ▲고교경쟁입시철폐 ▲전교조의 합법화 ▲의무교육 확대등을 내걸었고 경북 포항시 제1선거구 장모후보(50)도 포항항을 확장,국제무역항으로 만들고 중학학구제를 실시하겠다고 공약.
또 경남 울산시 제5선거구의 이모후보(51)는 『1천만명의 봉급생활근로자를 위해 소득세 감면을 추진하겠다』고 나섰으며 강원도 춘천시 제2선거구 윤모후보(31)는 저소득층 밀집지역에 공용탁아소의 설치운영을 공약한 것 까지는 좋았으나 여성 취업보장을 위해 여성고용 쿼타제를 실현하겠다고 한것은 지나친 느낌.
○정부대책 재탕
◇도용성 공약=이미 계획돼있거나 시행중에 있는 지역숙원사업들을 재탕하거나 빌려온 것으로 특히 각 정당들이 시·도지부별로 만든 공약의 대부분이 이에 해당된다.
민자당 대구·경북지부가 이번 선거에서 부동표를 모으기위한 전략으로 내건 40여가지 공약사업의 경우 한결같이 행정당국에 의해 이미 시행중이거나 계획단계에 있는 내용으로 밝혀진바 있다.
민자당지부가 자당후보들로 하여금 활용토록 만든 이들 공약중 지하철건설은 대통령선거공약사업으로 이미 88년부터 계획에 들어가 올 하반기에 착공예정이며 신천대로건설은 85년부터 시행돼 현재 68%의 공정을 보이고 있는 것.
또 서대구 인터체인지 및 서변대교건설은 87년 대통령선거때 공약사업으로 현재 용지보상 또는 기초공사를 추진중에 있고 월서첨단기술종합단지·종합유통단지·서대구 화물역 건설등 사업도 이미 구체적인 계획이 수립돼 추진중에 있는 사업.
경북지역의 경우도 대구∼구포간 고속도로 및 대구∼안동,포항∼울진,대구∼성주간 국도 4차선 확장사업등도 건설부에의해 계획 또는 착공단계에 있는 것들이며 안동·상주 공단조성은 도가 올해부터 96년까지 2천7백억원을 들여 추진하고 있는 것들이다.
또 포항항 광역개발과 월세입주자 전세금 지원등도 이미 시행중인 내용.
특히 페놀오염사태이후 이지역주민들의 최대 관심사인 수도물대책에 대해서도 마치 당에서 개발한 새로운 내용인 것처럼 공약으로 삼아 대구·경북지역 민자당후보들이 너도나도 「맑은물 대책」을 공약으로 내걸고 있다.
○기만성 선심공약
민자당뿐아니라 대구시 중구 제3선거구 오모후보(47)와 동구 제4선거구 채모후보(56)등 다른 당 후보들도 문문제를 주요 메뉴로 삼고 있다.
이같은 도용성 공약들은 민자당 강원도지부가 만든 공약도 마찬가지여서 20여개의 항목중 민통선일대 관광지개발과 무연탄화력발전소건설·탄광지역 하상정비·치악산 동물원조성등 공약의 반이상이 이미 사업이 착수됐거나 계획중인 것들로 생색공약이라는 비난을 받고있으며 나머지 동서고속전철·영동고속도로의 4차선화·춘천 및 강릉에 첨단산업단지조성등도 87년 대통령선거와 88년 총선때 이미 제시됐던 「삼탕」공약들.
이같은 당차원의 공약외에도 후보개인들의 도용성 공약들도 난무하고 있다.
인천시 남하구 제1선거구 차모후보(42)의 경우 이미 추진되고 있는 남하공단조기완공과 공단주변지역 주택단지조성등을 내걸고 있으며 충남 천안시 제1선거구 이모후보(48)도 이미 시에서 추진하고 있는 천안시 남부순환도로 건설을 공약으로 삼고있다.
또 인천시 남구 제2선거구 정모후(44)는 시와 구청에서 제2선거구 지역인 주안 1,2,4,6동일대에 대해 벌이고 있는 상습침수방지사업을 공약으로 내걸었고 충남 온양시 제1선거구 하모후보(63)도 시의 역점 사업인 도시가스 공급을 내걸고 있다.
유권자들은 『정당,특히 여당이 새로운 공약개발은 않고 당국의 시행사업들을 선심공약으로 내거는 행위는 유권자들을 기만하는 행위』라며 개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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