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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가 회장 '사모님'들 내조서 외조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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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조에 전념하느라 그룹 경영과는 거리를 뒀던 재벌가 회장 부인들 중 계열사의 공식직함(임원 등)을 맡으며 전면에 나서는 이들이 늘고 있다. 재계에서는 이같은 움직임에 대해 사회 전반에 불어닥친 여풍(女風)이 유교적 가풍이 강한 재벌가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승산그룹 허완구 회장의 부인인 김영자 여사가 계열사인 승산레저(골프장 건설.운영업 등)의 이사직을 연초부터 맡았다. 이 같은 행보에 대해 재계에서는 김 여사의 이사 선임이 아들인 허용수씨를 돕기 위한 차원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아들인 용수씨가 최근 승산과 승산레저 대표이사직을 떠나 GS홀딩스의 사업지원 담당 상무로 자리를 옮기면서 김 여사는 승산레저 이사를, 남편인 허완구 회장은 승산 대표이사를 맡게 된 것이다. 승산은 화물운송을 주요 사업으로 하는 GS그룹 관계사다. 허완구 회장은 고(故) 구인회 회장과 함께 LG그룹을 세운 고 허만정 회장의 12남매 중 5남으로 허창수 GS그룹 회장의 부친인 고 허준구 전 GS건설 명예회장의 동생이다.

회사 이름 승산도 구인회 회장과 허만정 회장의 고향 마을 이름을 딴 것이다. 김영자 여사는 시 '와사등' 등으로 유명한 시인이자 사업가였던 고 김광균씨의 딸로도 유명하고 경영일선에는 나서지 않았지만 적십자사 여성봉사특별자문위원장, 여자테니스연맹 부회장 등 사회 활동은 왕성하게 해 왔다.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의 부인인 이명희 여사도 지난해 10월 한진그룹 지배구조의 핵심 역할을 하는 정석기업(부동산 임대·관리회사)의 이사직을 맡았다. 한진그룹의 지배구조는 '조양호 회장 → 정석기업 → 한진 → 대한항공 → 한국공항 → 한진해운'으로 이어지는 순환 출자구조여서 이명희 여사의 이사 등재는 비상한 관심을 끌었었다. 그룹측은 '급여를 받지 않는 비상근이사로 (이 여사가) 경영참여는 하지 않는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밝혔다. 이 여사의 아버지는 고 이재철 전 인하대 총장이다.

이명희 여사와 동서지간인 최은영 여사(고 조수호 한진해운 회장 부인)도 한진해운 경영권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게 될 공익재단 '양현'의 이사장직을 지난해 말 맡았다. 양현은 해운산업 육성을 위한 장학.복지 사업 등을 할 예정이지만 한진해운 지분도 4.56%에 달해 최 여사의 행보는 조수호 회장 사후 한진해운의 움직임과도 밀접할 관련성이 있다. 최 여사는 최현열 전 NK그룹 회장의 딸로 롯데그룹 신격호 회장의 조카기도 하다.

오래전부터 경영일선에서 활동 중인 이로는 임창욱 대상그룹 명예회장의 부인인 박현주 여사가 유명하다. 박 여사는 광고회사인 상암커뮤니케이션즈의 부회장 직함을 맡고 있다. 고 박인천 금호그룹 창업주의 딸인 그녀는 최근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이건희 회장 외아들)의 장모로 널리 알려져 있다.

이밖에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과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은 남편인 고 정몽헌 전 회장과 고 채몽인 애경 창업주가 타계하면서 남편을 대신해 경영 일선에 뛰어든 여장부로 유명하다.

현재는 대외활동을 하더라도 조용한 행보를 견지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공개적인 대외활동이나 경영에 나서는 총수 부인들이 더 늘어날 것이라는 게 재계의 관측이다.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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