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성 '킬러 본색' 살아나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4면

프로농구 동부의 전창진 감독은 김주성(28.사진)과 약속을 하나 했다.

'컨디션이 좋지 않으면 바로 바꿔 달라고 하라'는 것이었다. 지난해 말 도하 아시안게임 뒤 체력이 극도로 떨어진 김주성은 그 약속대로 경기 중 자주 교체 신호를 보냈다. 그러나 성실한 김주성에게는 그 약속 자체가 자극이었다.

단 한 번도 바꿔 달라고 하지 않은 18일 SK와의 원정경기에서 김주성은 올 시즌 최다인 28득점(6리바운드)으로 팀 승리를 이끌었다. 힘이 넘치는 그의 골밑 수비에 밀려 SK 선수들은 연거푸 실책(24개)을 범했다. 김주성은 아시안게임 도중 심하게 배앓이를 했다. 그 후유증이 길어져 귀국 후에도 제대로 먹지 못했다. 근육이 완전히 풀려버린 것 같았다. "철분 링거를 맞고, 여러 가지 방법으로 섭생(병을 잘 조리하여 회복을 꾀함)을 했다"고 했다. 섭생한 것은 몸뿐만이 아니었다.

"여기서 멈추지 않으려면 슛이 필요했어요."

동부에서는 지난해 말부터 올 초까지 선수들이 줄줄이 다쳤다. 양경민은 12월 중순, 정훈(현 KCC)은 12월 27일, 손규완은 1월 3일 발목을 다쳤다. 그들이 없는 경기에서 김주성은 '종종 미들슛 기회가 생기는데 득점으로 연결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이 문제를 해결한다면 팀 공격도 살고 개인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생각에 꾸준히 슛 연습을 했다.

외국인 선수와 일대일 플레이를 할 때 국내 선수와 매치업이 될 때 나올 수 있는 상황을 머릿속에 그리며 반복 훈련했다. 그 효과가 SK전에서 나타났다. 기회가 생기면 망설이지 않고 던졌고, 대부분 적중했다. 그는 "난 슈터가 아닌 센터다. 다만 한 경기에 서너 차례 찾아오는 미들슛 기회를 살려나갈 것"이라고 했다.

동부는 19일 현재 16승17패로 5위다. 김주성이 프로에 데뷔한 뒤 최악의 성적이다. 그러나 전 감독은 "불완전했던 팀 구성이 자리를 잡고 있다"고 했다. 후보 선수였던 강대협이 농구인생 최고의 활약을 펼치고 있고, 손규완이 컨디션을 되찾았고, KCC에서 온 표명일이 신뢰를 얻고 있다.

게다가 쓰지 않은 빅카드가 아직 손안에 있다. 김주성은 "(양)경민이 형이 돌아오면 내외곽이 완전히 꽉 들어차게 된다"고 말했다. 전 감독은 "이르면 4라운드 마지막 경기(25일.KTF)에 돌아온다"고 했다.

1.2위 모비스.KTF 승리

한편 선두 모비스는 19일 울산 홈경기에서 크리스 윌리엄스(21득점)의 활약으로 전자랜드를 93-79로 꺾었다. 2위 KTF 역시 부산 홈경기에서 오리온스를 연장까지 가는 접전끝에 108-104로 눌렀다.

강인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