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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 야구단 인수 사실상 무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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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지난해 10월 플레이오프에서 한화에 뒤진 현대 선수들이 더그아웃에서 풀죽은 모습으로 경기를 바라보고 있다. [일간스포츠 제공]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농협이 프로야구 현대 유니콘스 인수 계획을 보류했다.

농협 중앙회는 18일 저녁 주요 임원회의를 한 뒤 '현대 야구단 인수를 보류한다'는 보도자료를 냈다. '보류'라는 용어를 썼지만 사실상 백지화다. 시즌 오픈이 두 달밖에 남지 않은 시점에서 보류하겠다는 것은 인수하지 않겠다는 의사 표시다.

보류 이유를 보면 더욱 명확하다. 농협 관계자는 보류 이유에 대해 첫째 시즌 오픈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고, 둘째 야구단을 인수하려는 이유가 농협의 이미지 개선과 농민.농촌의 화합을 위해서인데 농민단체와 노조가 반대하는 등 오히려 화합을 해치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농림부가 주무 부처인 자신들과 협의하지 않았다며 압박을 가했고, 현대 유니콘스 대주주인 하이닉스가 현대 직원 퇴직금 13억원을 농협이 부담하라고 한 것도 걸림돌로 작용했다.

농협은 이날 오후까지만 해도 새 야구단의 명칭을 '농촌 사랑 야구단(가칭)'으로 하고, 야구단을 통해 농촌 사랑과 1사1촌 운동을 범국민적으로 확산시키겠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내는 등 야구단 인수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 그러나 노조의 반발이 거세고, 농림부에서 압박하는 등 분위기가 우호적이지 않자 갑자기 입장을 바꾼 것으로 보인다.

신상우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가 취임 1주년을 맞아 올해 초 "현대 문제를 조속히 해결하겠다"고 말한 뒤 농협이 인수 의사를 밝힘에 따라 급물살을 타던 현대 인수 문제는 며칠 만에 '없었던 일'이 돼 버렸다.

현대 어떻게 되나

"3월까지 인수 기업 없으면 선수 모두 트레이드"

KBO "최악 상황 땐 긴급자금 투입"

농협의 인수 보류 발표가 나오자 KBO에는 비상이 걸렸다. 하일성 사무총장은 긴급 간부회의를 소집해 대책마련에 나섰다.

하 총장은 "농협이 오후에 현대 인수를 하게 되면 이렇게 하겠다고 보도자료를 냈는데 불과 몇 시간 만에 급작스럽게 보류한다고 발표를 해 어리둥절하다"면서 "최악의 상황에는 7개 구단으로 올 시즌을 치러야 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그는 "농협의 현대 인수가 좌절되고, 현대가 구단을 포기하게 되는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 우선 현대의 의향을 다시 확인한 뒤 구단 운영이 어렵다면 다시 매각절차를 밟겠다. 현대에서 선수 연봉을 지급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KBO가 긴급자금을 투입해 선수를 관리하게 된다"고 했다.

KBO는 이런 상황에 대비해 규약 38조에 '응급조치'를 두고 있다. 시즌 중 구단 운영이 어렵게 됐을 때는 최대 30일치의 연봉을 지급하며 선수를 관리할 수 있다. 프로야구 선수들은 1월에는 연봉을 지급하지 않지만 2월부터는 연봉을 줘야 한다.

따라서 시즌 개막전인 3월까지 현대를 인수할 기업이 나타나지 않으면 KBO는 선수들을 나머지 7개 구단에 트레이드해야 한다.

성백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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