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기쟁탈 전국여성사격대회가 끝나는 5일 오후 태릉사격장 폐막식에서 애국가가 울려 퍼지고 대회기가 걷힐 무렵 본부석에 앉아있던 여성사격연맹 정승희(57·사진)회장은 마치 소녀처럼 눈물을 흘렸다. 현충일을 하루 앞두고 전몰군경의 아내로 만감이 교차했다는 정 회장이 남편의 유지를 잇고자 여성사격대회를 어렵게 창설한 것이 지난 70년으로 올해로 21회째를 맞았다.
당시 10여명의 회원으로 출발한 연맹이 이제는 선수만도 1천여 명으로 불어나는 등 크게 성장, 벅찬 감회를 억누르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정말 가시발길의 연속이었습니다. 선수들이 총 쏘는 모습을 보면 그렇게 대견하고 고마울 수 없습니다.』
정회장이 남편 (강주홍 중령·당시29세·육사9기)을 잃은 것은 지난 58년4월.
강원도 금화지구에서 전방경계근무 중 북한군의 총탄세례를 받고 순직했다.
당시 정씨의 나이는 24세. 큰아들(동수·현35세)이 갓 첫돌을 넘었고 둘째아들 (동호·현34세) 은 생후 2개월의 갓난아기 때였다.
『콩나물장수·고철장수 등 안 해본 일이 없을 정도로 고생했습니다 .다행히 두 아들이 잘 자라서 대학까지 마치고 지금은 둘 다 사업(건설업)에 성공, 지하에 있는 남편에게 조금은 면목이 섭니다.』
이번 대회도 자신이 경영하는 조그만 전자회사수익금과 두 아들의 지원으로 4천만원에 이르는 대회경비를 자체 조달했다는 것.
지난4월 서울 월드컵대회에서도 한국팀 단장을 맡아 수완을 발휘한바 있는 정회장은『내년 바르셀로나올림픽에서도 여자가 사상 첫 금메달의 주인공이 될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신동재 기자>신동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