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야 수세국면 전환시도/「부검없는 장례식」속사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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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총리폭행」터져 시비종결 필요성/최악상황 각오한 정면대결 선언
대책회의가 5일 성균관대생 김귀정양의 장례를 부검없이 치르기로 한 것은 정원식 총리서리 폭행사건으로 수세에 몰린 재야운동권의 국면전환 시도로 보인다.
대책회의측은 당초 김양사망을 장기쟁점으로 부각시켜 여론의 동조를 모으면서 강경대군 장례식후 유서대필 공방과정에서 입은 도덕성의 타격을 회복하고 정국주도권을 되찾는다는 전략에 따라 검찰의 부검요청에 「선진상조사­핵책임자처벌」로 맞서 왔다.
그러나 김양사건이 장기화되면서 사건의 본질과는 동떨어진 부검문제로 쟁점이 옮겨가고 재야의 이미지가 부정적·소극적으로 비춰지는데다 3일 정총리서리 폭행사건까지 터져 부검시비를 어떤 식으로든 서둘러 종결시킬 필요성을 갖게된 것이다.
이에 따라 대책회의는 4일 「유족이 동의하고 절차의 공정성이 보장된다면」이라는 단서를 달아 부검에 응하기로 했었으나 유족의 반대와 공정성에 대한 불확신을 이유로 하룻만에 이를 번복했다.
대책회의의 결정은 부검을 위해 김양시체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아 시기를 고르고 있는 검찰의 존재를 무시한 일방적인 것이어서 공권력투입이라는 최악의 상황까지도 각오한 일종의 정면대결 선언임에 분명하다.
대책회의측의 이같은 「강공」선회는 『정부가 치사정국의 위기상황속에서도 공안통치를 강화하고 지도부에 대한 대대적인 검거에 나서는등 강경일변도로 나오고 있어 적정선에서의 타협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판단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또 지금까지 네차례의 국민대회를 포함한 각종 집회에서 인원동원에 성공하는등 나름대로 자신감도 배경이 되고 있다.
이에 대해 검·경등 당국은 예상대로 대책회의의 일방적인 선언이 나온 직후인 5일오후 강제부검을 위한 공권력투입 방침을 정하고 불상사를 최소한으로 줄이기 위해 백병원측과 최종협의에 들어가 양측의 정면충돌은 피할 수 없다는 전망이다.
8일의 「국민대회」양상에 따라 시국과 재야의 위상은 크게 달라질 가능성이 높다.<이하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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