崔대표, 개헌 시기 '오락가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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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최병렬 대표는 13일 개헌론에 공감을 표하면서도 공론화와 추진 시기에 대해선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이날 오전 상임운영위 회의에서 "(12일) 당 중진들과 분권형 대통령제를 대안으로 얘기한 건 사실"이라고 했다.

이날 밤 KBS TV토론에 나와서도 같은 얘기를 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지금 당장은 때가 아니다"라고 했다. "(대선자금 수사 등) 지금의 상황이 정리된 뒤 민심을 봐서 (개헌) 얘기를 해야 한다"고 했다. "제일 좋은 타이밍은 우리가 내년 총선에서 이긴 다음 국민적 토론에 부쳐보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그는 전날 서청원 의원 등과의 회동에선 총선 전 개헌에 원칙적인 동의를 표했다. 이는 서청원.강재섭.김덕룡 의원이 모두 확인해준 얘기다. 심지어 崔대표는 개헌안 발의시점을 내년 1월로 잡자는 말도 했다. 그래서 徐의원이 "그럼 언론에 알리자"고 했고, 崔대표는 "좀더 시간여유를 갖자"며 말렸다. 崔대표는 기자에게 "徐의원이 자꾸 발표하자고 했지만 내가 그러지 말자고 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崔대표는 며칠 전 일부 기자들에겐 "한두달쯤 뒤엔 개헌이라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 벌어질 것"이라며 "우리 내기할까"라는 말도 했다. 그런 그가 TV토론회에서 개헌을 추진할 경우 그 시기는 총선 전도, 총선 후도 될 수 있음을 밝힌 것은 개헌문제가 그만큼 미묘하고, 여론의 향배도 불확실하기 때문일 것이다.

반면 서청원 의원 등은 개헌 추진을 위해 활발히 움직이고 있다. 徐의원은 이날 "대통령 중심제를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며 "개헌을 하려면 총선 전에 해야지 선거 후로 미루는 건 하지 말자는 얘기"라고 주장했다. 그는 崔대표의 TV토론을 본 뒤엔 "崔대표가 어제 분명히 1월초를 얘기했다"면서 "崔대표가 토론회에선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해 시기를 흐렸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내에선 개헌론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엄호성.김무성 의원 등은 "지금의 대통령제는 사실상 실패했다"며 "분권형 대통령제로의 개헌은 빠를수록 좋다"고 했다. 반면 남경필.이성헌 의원 등은 "정치개혁을 해야 할 때에 개헌 얘기를 불쑥 꺼내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남정호 기자<namjh@joongang.co.kr>
사진=안성식 기자 <anses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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