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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이라크서 조기철군 검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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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미국은 내년 중 이라크 임시정부에 주권을 이양하고 상당수 미군을 철수하는 방안까지 검토 중이라고 13일 뉴욕 타임스 등 미 언론들이 일제히 보도했다. 12일 이탈리아군을 상대로 한 자폭테러로 미군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전한 것으로 여겨졌던 다국적군의 희생이 급증하면서 파병을 약속한 나라들도 흔들리고 있다.

◇"대선 전 미군 상당수 철수 가능"=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12일 백악관에서 폴 브레머 이라크 최고행정관과 긴급 국가안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이라크에서 2004년 상반기 중에 총선을 실시한 뒤 이라크 임시정부를 구성해 주권을 이양키로 결정했다고 미 관리들이 전했다.

이 회의에는 딕 체니 부통령,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 콜린 파월 국무장관, 콘돌리자 라이스 백악관 안보보좌관도 참석했다. 부시 대통령은 13일 기자회견에서 "브레머 행정관에게 이라크인이 보다 많은 통치책임을 지도록 주권이양을 가속화할 수 있는 전략을 개발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뉴욕 타임스는 "주권 조기이양 자체가 이라크 주둔 미군의 철수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임시정부가 광범위한 지지를 확보한다면 내년 11월 미 대선 이전에 미군의 상당수 철수도 가능해질 것"이라고 미 행정부 관리를 인용해 전했다.

◇일, 파병 사실상 연기=군인과 민간인 19명이 숨지는 등 제2차 세계대전 이래 최대 피해를 본 이탈리아는 13일을 '국가 애도의 날'로 선포했다. 이와 함께 야당을 중심으로 2천3백명의 이탈리아군을 즉시 철수시키라는 여론이 강하게 대두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피에트로 폴레나 좌익민주당 지도자는 "정부가 부시 미국 정부의 환심을 사려다 병사들이 참사를 당했다"며 "지금 당장 이탈리아군을 귀국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산 PRC당의 지도자 파우스토 베르티노티는 "이탈리아군의 파병은 실수"라며 정부를 맹비난했다. 하지만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13일 긴급 내각회의를 열어 이탈리아군의 계속 주둔 방침을 결의했다.

연내 자위대 선발대를 파병하려던 일본은 13일 정부 대변인인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관방장관을 통해 "지금은 자위대 파병의 적기가 아니다"며 사실상 내년으로 파병을 연기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총리도 "좀더 현지 상황을 주시해야 한다"고 밝혀 이번 주 내에 내릴 예정이던 12월 선발대 파병 명령을 연기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그러나 최근 자국군이 희생당한 폴란드와 스페인은 이라크 재건작업에 계속 참여하겠다고 밝혔고, 포르투갈도 당초 계획대로 자국 경찰관 1백28명을 이라크 남부 바스라 지역에 파병한다고 발표했다.

워싱턴=김종혁 특파원, 서울=정효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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