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부검하는게 순서다(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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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성균관대학교 김귀정양의 사망원인에 대한 견해차로 다시 사회적 긴장이 조성되고 있다.
우리는 김양의 직접적인 사망원인이 무엇인가에 관계없이 이번 사건 역시 경찰의 과잉진압 과정속에서 발생했다는 점에서 개탄을 금할 수 없다.
이상연 내무부장관은 취임직후 앞으로는 「해산위주의 방어적 진압」을 하겠으며 「경고방송후 최루탄을 발사」하고 「시위대에 대한 폭행을 근절하겠다」고 약속했었다.
그러나 그뒤로도 경찰의 과잉진압은 여전하여 광주에선 또다시 폭행치사사건이 빚어졌을 뿐 아니라 이번 사건이 난 날의 시위진압에서도 이장관의 그런 약속은 그 어느 한가지도 지켜지지 않았던 것이다.
우리도 경찰의 과잉진압이 과격시위와 표리관계를 이루는 것임을 모르지는 않는다. 분명히 그것은 악순환이다. 그러나 바로 그렇기 때문에 그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어느 쪽인가가 먼저 자제의 모습을 보여야 하며 그러려면 공권력쪽에서 먼저 금도를 보여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해 왔던 것이다.
우리는 이제부터라도 이장관의 약속이 현장에서까지 철저히 지켜져서 그것이 평화적 집회 및 시위의 보장과 함께 과격시위와 과잉진압의 악순환을 깨는 계기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그러나 김귀정양의 직접적인 사망원인을 밝히는 문제는 이 문제와는 별개로 시급히 결론을 내려야 할 문제라고 본다.
당시 시위대에 대한 과잉진압이 있었던 것은 분명하지만 김양의 직접적인 사망원인이 그 때문이었나 하는 것은 명확하지 않다. 그것은 부검을 실시해야 밝혀질 수 있는 것이다.
대책위측은 최루가스에 의한 질식사나 폭행치사라는 주장을 하고 있으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정황에 의한 추정일뿐 직접적인 사망원인으로는 확정된 것이 아니다. 부검으로도 사인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을 가능성도 있으나 현재로서는 부검 이외에는 진실에 접근할 수 있는 다른 방도가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일단 부검에 응하는 것이 마땅한 순서라고 본다. 과잉진압에 대한 사과나 수사요구는 부검실시후에 해도 늦지는 않다.
검찰도 부검을 하기 전에 미리부터 압박에 의한 질식사니 쇼크사니 하는 추정을 계속 앞세우는 것은 오해를 사는 일이다. 부검을 하기 전에는 사인을 어느쪽으로도 단정할 수 없는 일 아닌가.
우리는 공정하고 정밀한 부검을 빨리 실시하는 것이 현재로선 정확한 사망원인을 가리는 유일한 길임을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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