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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 단편 릴레이 편지] 사람이 사람을 견디게 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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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기쁨은 태양의 울림입니다. 어머니는 식당 종업원, 아버지는 운전기사. 가난과 싸우며 일궈낸 금메달에 우리는 누구나 박수를 보냅니다. 박수 뒤에 흐르는 눈물. 기쁨도 슬픔이 없는 기쁨은 기쁨이 아닙니다.

슬픔은 달의 음악입니다. 친척에게까지 가슴에 상처를 주고 파산한 40대의 가장. 땀 흘리며 막노동판에서 받은 일당으로 생선 한 꿰미 사들고 집으로 돌아가는 저녁 무렵. 개밥바라기도 눈웃음을 보냅니다. 슬픔도 기쁨이 없는 슬픔이라면 얼마나 적적하겠습니까.

아이를 구하고 결국엔 다리를 절단한 철도 역무원 김행균씨. 나환자들의 성자 다미엔 신부와 우리의 김요석 목사. 일본인을 구하려다 죽은 아름다운 청년 이수현씨. 친구들을 살리고 죽은 유준영 고등학생…. 아무리 진창의 삶이고 더러운 역사라도 살신성인한 아름다운 사람들. 사람이 사람을 견디게 합니다.

글=이지엽(시인) 전각=정병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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